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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실시된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에서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앤 개헌안이 통과됐다. 미국과 서방으로부터는 ‘독재자’로,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는 ‘반미 투사’로 불려온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 개헌안 통과로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내부의 반발과 경제난 때문에 차베스의 앞길도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ㆍ국민 54% 찬성통과…경제 위기·내부 반발
ㆍ경제위기, 내부반발 커 앞길 순탄치 않을 듯
Venezuelan President Hugo Chavez greets supporters
after casting during a referendum in Caracas February 15, 2009. /Reuters
베네수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투표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들의 연임 제한규정을 철폐한 개헌안이 투표율 94.2%, 찬성률 54.4%로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차베스는 2013년 임기 6년의 대통령직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차베스 지지자들이 모여 불꽃놀이와 함께 축하집회를 열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차베스는 “진실이 승리했다”며 “나는 민중의 병사로서 국민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말에도 한차례 개헌을 추진했다 실패한 차베스는 15개월만의 재시도 끝에 결국 성공했다. 외신들은 차베스가 이번 투표결과에 힘을 얻어 사회주의적 개혁조치들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찬성표가 과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친 것에서 보이듯 반발 여론도 여전히 만만찮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999년2월 차베스 취임 이래 10년동안 분열과 갈등이 계속돼왔다. 차베스가 집권 직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한다며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과두재벌과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쿠데타가 일어났고, 카라카스에서 내전을 방불케하는 충돌이 벌어졌다. 차베스의 힘이 돼준 것은 기록적으로 치솟은 유가였다. 차베스 정부는 2004년 이후 오일달러 유입이 늘자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부패한 과두재벌들을 몰아내고 서민 복지를 늘렸으며 서방 에너지기업들을 내쫓는 국유화를 단행했다. 고유가에 힘입은 포퓰리즘적 개혁 덕택에 차베스는 2006년 대선에서 65%의 높은 지지율로 재선됐다.
그러나 최근 차베스 지지층 내에서도 지나친 권력집중과 ‘포퓰리스트 독재’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국영TV는 차베스 뉴스들로 도배되고 있다. 그는 매주 ‘알로 프레지덴테(Alo Presidente·안녕하세요 대통령)’라는 TV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면서 자신의 인터뷰, 춤과 노래, 정책 설명 등을 내보낸다.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도 정부는 두달 간 국가기구를 총동원한 캠페인을 펼쳤다. 야당의 분열 때문에 개헌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장기집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경제는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차베스는 ‘서민의 대변인’을 자처했지만 빈부격차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없애지 못했고 지나친 에너지산업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도 실패했다. 차베스는 올해 안에 유가가 회복된다는 전제로 경제정책을 세우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그의 바램이 이뤄질지는 회의적이다.
그는 또 돌출행동과 강성 발언들로 국제무대에서도 불필요한 고립을 자초했다. 쿠바·볼리비아 등에 석유를 대주며 ‘남미 좌파연대’를 만들어 역내에서는 위상이 올라갔으나 대미관계는 최악이다. 차베스는 지난해 9월 카라카스 주재 미국 대사가 쿠데타 음모를 꾸몄다며 추방해버렸다. 차베스가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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