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밤 워싱턴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취임축하 연회장에서 부인을 소개하면서 “나는 미셸 오바마를 연회에 데려가는 특권을 누리는 남자”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어 아이보리빛 시폰 드레스를 입은 미셸이 등장하자 보는 파티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습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의상, 특히 남편 취임 날 축하파티의 드레스 차림은 언제나 패션계의 지대한 관심거리죠. 미셸은 미적 감각과 매너, 디자인업계에 대한 배려까지 한번에 보여줘야 하는 이 ‘패션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President Barack Obama and first lady Michelle Obama walk down Pennsylvania Avenue en route to the White House, Tuesday, Jan. 20, 2009, Washington. (AP) 별로 예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미셸은 취임식장에서는 쿠바계 신예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가 만든 금색 정장과 코트를 입었습니다. 금색 바탕에 흰 꽃무늬가 수놓인 노란 옷은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도 큰 키의 미셸에 잘 어울렸다는 평. “경제위기 시대에 희망을 주는 옷차림”이라는 찬사까지 쏟아졌습니다.
President Barack Obama dances with first lady Michelle Obama at the Midwest Inaugural Ball Tuesday, Jan. 20, 2009, in Washington. (AP)
President Barack Obama and first lady Michelle Obama dance at the Commander in Chief Inaugural Ball at the National Building Museum in Washington, Tuesday, Jan. 20, 2009. (AP)
미셸은 축하연회에서는 한쪽 어깨를 드러낸 시폰 드레스를 입고 남편과 춤을 추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날 밤 무려 9곳의 연회장을 돌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네요. 미국 언론들은 “재클린 케네디를 잇는 세련된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했다”고들 평했습니다.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바버라 부시, 그리고 오바마의 딸 말리아와 사샤. 말리아는 만 10살인데 키가 170cm는 되어보이더군요. (로이터)
오바마의 두 딸 말리야(10)와 사샤(7)는 각각 보랏빛이 도는 푸른색과 연분홍색 코트 차림으로 아버지의 취임선서를 지켜봤습니다. 무슨 Crew 라는 브랜드의 옷이었다죠. 두 소녀는 어린 나이이지만 차분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들에게 백악관을 넘겨주고 떠난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의 쌍둥이 딸 바버라와 제나(27)는 이날 말리아와 사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라”, “주변에 믿을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라”는 등의 충고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오바마의 가족은 이날 반나절만에 백악관 이사를 마쳤습니다. 뉴욕데일리는 “새 대통령이 백악관 이사처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길 바랄 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백악관에 들어가는 미셸과 두 딸 외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오바마의 ‘가족들’이 역사적인 취임식을 지켜봤습니다. 케냐의 의붓할머니 사라는 최근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한 집에서 오바마의 취임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습니다. 영국 버크셔에 있는 오바마 아버지의 후처 케지아는 “오바마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취임을 축하했습니다. 중국계 캐나다인 남편을 둔 오바마의 인도네시아계 여동생 마야 소에토로는 하와이에서 워싱턴으로 날아와 오빠를 지켜봤고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 노예의 후손인 미셸의 가족들도 기쁨을 함께 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