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스라엘-하마스 협상이 어려운 이유

딸기21 2009. 1. 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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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하마스 간 휴전협상이 이른 시일 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이집트가 공동제안한 휴전협상안에 대해 이스라엘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협상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존재하고 있어, ‘항구적 휴전협정’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스라엘과 PA, 이집트는 과격파 하마스가 아예 가자지구를 내놓고 무장을 해제하길 바라는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무단점령한 영토를 내놓고 모든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상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양측은 공방을 계속했으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더욱 맹렬히 공격했다.


이스라엘 하레츠지는 8일 아모스 길라드 국방부 군사정책국장이 이끄는 이스라엘 대표단의 도착을 시작으로, 카이로에 협상 당사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도 9일 카이로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로를 협상당사자로 인정치 않기 때문에 중개자를 통한 ‘간접 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집트 측은 일단 48~72시간의 임시 휴전을 성사시킨 뒤 장기 휴전협상 논의에 들어가게 한다는 계획이지만 협상 의제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슈는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다.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땅인 요르단강 서안에도 오갈수 없게 만들었을 뿐더러 가자로의 연료·식료품·의약품 반입까지 통제하고 있다. 가자 주민 150만명 중 대부분이 이번 사태 이전부터도 이스라엘의 봉쇄 때문에 인도적 위기를 겪어왔으며, 특히 어린이 5만명 이상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으로 유엔은 보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 봉쇄를 풀어야 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레츠지도 8일 이스라엘 정부에 “휴전을 원한다면 가자 원조를 두배, 세배, 네배로 늘리라”고 촉구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먼저 공격을 멈춰야만 봉쇄를 풀어준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는 결국 하마스 무력화 전략과 연결돼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박격포 공격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이집트 쪽 해저 터널과 땅굴을 이용한 무기 밀반입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장차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출범하더라도 ‘국방력이 없는 비군사적 국가’가 돼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내 강경파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같은 ‘팔레스타인 소(小)국가론’을 고집하면서 팔레스타인을 ‘반쪽짜리 독립국’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협상을 준비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것은, 하마스가 정말로 무기를 버릴 의지가 있다고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하마스 협상대표가 휴전을 약속한다해도 내부 무장분파들은 저항을 계속하려 할 것”이라는 이스라엘 군의 견해를 실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국제 휴전감시단’이 하마스가 무장투쟁을 중단하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조차도 국경지역 무기 밀매를 완전히 통제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하마스는 서방 감시단의 활동을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궁극적으로 하마스 무력화 문제는 가자의 통치권과 관련돼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이집트도 압바스 대통령이 이끄는 파타가 다시 가자에 들어와 국경을 통제하고 무장세력들을 눌러주길 바라고 있다. 2007년 하마스와 맞붙었다 패배, 가자에서 쫓겨난 파타의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하마스더러 권력을 버리고 아예 해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지속적 휴전협정’이 성사되기 힘든 것은 이처럼 서로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하마스는 일단 협상에 나섰지만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억압하는 상태에서 항구적인 휴전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차는 꼴”이라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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