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전쟁의 제물, 가자 어린이들

딸기21 2009. 1. 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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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어린이 피해자는 벌써 250명을 넘어서, 전체 사망자의 3분의1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하마스 무장테러범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 “민간인 피해를 줄이려 애쓰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기만에 불과함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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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lestinian hospital worker lays down the body of a child beside the bodies of two other children 

in the Shifa hospital morgue in Gaza January 5, 2009. /

REUTERS


며칠전 아랍권 주요 신문들에는 흙더미로 변한 집 앞에서 머리에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는 4살 어린아이 카우카브 알 다이야의 사진이 일제히 실렸습니다. 이집트 일간지 ‘알 마스리 알 윰’은 1면 톱기사에서 카우카브의 죽음을 전하며 “이것이 이스라엘의 실체”라고 보도했습니다.
카우카브는 가자시티에 있는 4층 건물에 부모와 함께 살면서 유치원에 다니던 평범한 어린아이였으나, 지난 6일 이스라엘 F16 전투기의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부모를 비롯한 어른 4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합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7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에서는 지금까지 777명이 숨졌습니다. 그 중 3분의1에 이르는 257명이 어린이였습니다. 다친 아이들은 1080명에 이릅니다.
로이터, AP통신 등 외신들은 가자 최대 병원인 가자시티 알 시파병원에 피투성이가 되어 후송되는 아이들의 사진을 연일 전송하고 있습니다. 가자 인구 150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700만명은 18세 미만 어린아이들로 추산됩니다. 이 곳에 폭격을 퍼붓는 것은 아이들의 죽음 따위야 아랑곳않겠다는 뜻이지요.

아이들이 많이 희생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들이 “가장 약하기 때문”이라고 구호요원들은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에게 공습대피 경보를 잘 해주지도 않지만, 경보를 듣는다 한들 아이들은 대피를 할 줄도 모르고 도망칠 곳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순응한채 자포자기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13세의 야세르라는 소년은 이스라엘 무인 전폭기가 하늘을 날아가면 쳐다보며 손을 흔든다고 합니다. 야세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차피 포탄이 나보다 빠른데, 도망갈 곳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이 아이가 서너살, 아니 한두살 더 먹은 뒤 허리에 폭탄띠를 두르고 이스라엘의 어느 버스정류장을 향해 돌진한다 한들, 누가 이 아이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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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estinian medics carry the body of a child to Shifa hospital in Gaza City, Tuesday, Jan. 6, 2009. /

AP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행여 살아남는다 해도 부상과 트라우마(외상후 정신적 장애)와 현실적인 고통 속에 방치되기 쉽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한 구호요원은 가자시티 부근 자이툰의 한 마을에서 숨진 엄마의 시신 곁에 웅크리고 있던 네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이 구호요원은 AP 인터뷰에서 “충격과 두려움 속에 나흘동안 내버려져 있던 아이들은 일어설 힘도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 마을을 공격한 뒤 4일간 구호요원들의 접근도 모두 막았었다는군요. 숨진 엄마 곁에서 웅크리고 나흘 밤낮을 물도, 먹을 것도 없이 견뎌내야 했을 아이들이 상상이 되시나요.
의사 모하마드 아자이제는 가자 중부의 한 마을에서 죽은 아빠의 팔에 안긴 채 매몰돼 있던 1살 아기를 구해내기도 했습니다. 자발리야 난민촌에서는 공습 사흘째인 지난해 12월29일 한 집안의 4~17세 다섯 자매가 몰살당했고요.

가자시티에 살고있는 심리학자 이야드 사라지는 3~17세의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는 “공습 소리만 들리면 아이들이 천식을 일으키거나 두려움에 떤다”면서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 이 아이들의 세대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압둘 라흐만 간두르 대변인은 “가자 사태는 출구가 없는 분쟁”이라며 “인구밀집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어린이들의 희생을 부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하마스와 '물밑대화' 나설까


미국 차기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물밑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 측이 하마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독트린을 버리고 하마스와의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오바마 정권인수위원회 측 외교안보분야 담당자들의 말을 인용, “차기 미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의 하마스 고립화 독트린을 버리고 하마스와의 접촉을 추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 당선자는 아직 하마스와의 접촉을 공식 승인하지 않았으나 캠프 내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 ‘하마스와의 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하마스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를 대화상대로 공식 인정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데다 하마스를 인정치 않는 이스라엘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낮은 차원의 접촉’이나 ‘은밀한 대화’ 형식으로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또 하마스가 이번 사태로 얼마나 무력화되는지에 따라서 오바마 정부의 대응 방향과 접촉의 수위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했다.

새 정부에서 외교정책을 책임지게 될 전문가들은 하마스를 무조건 부정하고 고립시키려 했던 부시행정부의 정책이 ‘비생산적’이었으며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어냈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행정부의 중동특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 등은 PA의 주축인 파타와 하마스가 내분을 끝낸다면 하마스와도 접촉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오바마는 가자사태에 대해 계속 아무 말도 않다가, 지난 6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유엔 난민학교들을 공격한 뒤 처음 입을 열어 “가자 사태를 우려한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모두 비난했다. 아직까지는 부시행정부의 입장과 어긋나는 말을 자제하고 있고 이스라엘을 자극할만한 행동을 삼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새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부시행정부의 하마스 고립화 정책은 폐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를 따돌리고 억누르려 할수록 중동분쟁이 악화된다는 것을 가자 사태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하마스를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1970년대 야세르 아라파트 전 PA수반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비밀 접촉을 유지했던 것처럼 하마스와 비공개·간접 접촉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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