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3일 가자에 지상군을 들여보낸 뒤 “하마스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이스라엘 남부를 조용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목표가 단순히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이스라엘 유력지 하레츠는 “하마스의 물리적 기반을 파괴해 저항할 능력이 없게 만든 뒤 ‘장기간의 휴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목표”라고 보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습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지상군 투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상작전을 통해 하마스 지도부에 ‘계속 저항하다가는 가자 통치권을 아예 잃는다’는 위기감을 심어준 뒤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국제적 비난에 밀려 공격의 고삐를 늦췄다가 헤즈볼라에 반격 기회를 줬던 2006년 레바논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한 군간부는 “레바논에서만큼 사망자가 나와야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2년반 전 레바논측 사망자 수는 1200~1300여명이었고, 현재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460여명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주민들을 2배 가량 더 죽여야 하마스가 손을 들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정밀유도탄보다 훨씬 정확도가 떨어지는 대포까지 사용,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임 라몬 부총리 등 이스라엘 강경파는 이 참에 하마스의 가자 통치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수일간지인 예루살렘포스트조차 이에 대해서는 “하마스를 저지할 수는 없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영국 캠브리지대 중동전문가 칼레드 흐룹은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2004년 이스라엘이 하마스 창설자인 셰이크 야신 등을 표적살해했을 때에도 하마스는 건재했다”면서 “이번에도 하마스에 본질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흐룹은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탄탄한 사회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는데다, 헤즈볼라의 승전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1982년과 2006년 레바논에서 무수한 민간인들을 살상하고 스스로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끝내 헤즈볼라를 없애지 못했다며 ‘피의 악순환’을 경고하고 있다.
시간도 이스라엘 편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목표가 매우 많다”며 ‘긴 작전’을 예고했으나, 이번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마스 정예요원 외에 이란에서 훈련받은 무장조직원들이 가자시티 등지에서 시가전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자의 도시들에서 하마스와 시가전을 벌이는 것은 압도적 화력을 가진 이스라엘 군에도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미국 정권교체와 다음달 이스라엘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3~4주 안에 휴전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레츠는 “외교적 압력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에 작전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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