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휴전협상 하면서 전쟁 준비한 '이스라엘의 기만'

딸기21 2009. 1.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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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은 하마스와의 휴전협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부터 치밀하게 준비돼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유력언론 하아레츠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지도부가 하마스를 속이면서 공격을 준비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하마스가 휴전 연장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공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하아레츠는 “역(逆)정보와 비밀과 거짓말-가자 공격은 어떻게 이뤄졌나”라는 제목의 12월31일자 기사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공격 작전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의 과정을 전했다. 이스라엘측은 지난해 6월 하마스와 6개월간의 휴전협정을 맺었는데, 이스라엘군과 국방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미 그 때부터 바라크는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아레츠는 “바라크는 ‘(전쟁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휴전협정을 맺은 뒤 곧바로 공격계획을 짜기 위한 폭넓은 정보수집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병력 구성과 무장조직들 동향을 파악하고 하마스 기지와 무기창고, 훈련소 위치, 간부들 거주지 등을 확인한 바라크는 휴전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해 11월에 이미 전쟁계획을 완성했다. 12월18일 휴전 종료와 함께 올메르트 총리는 텔아비브의 군 사령부에서 작전계획을 승인했다. 이 때까지는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에게도 공격 계획을 비밀로 했다. 바라크는 “내가 수다쟁이였다면 엔테베도 6일 전쟁(1967년의 3차 중동전쟁)도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밀을 유지했다. 사실상 모든 계획이 세워진 뒤 각료회의에서 만장일치 찬성에 의견이 모이자 리브니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하마스를 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이스라엘은 또 가자지구 봉쇄를 풀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공격을 하더라도 12월28일 이후에나 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렸다. 하마스는 12월24일 간부들을 대피시켰다가 거짓정보에 속아 다시 사령부에 복귀했고,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 전투기는 엿새에 걸쳐 500여차례 출격해 하마스 시설들을 포함해 가자지구 전역을 초토화했다. 지금까지 이 공격으로 400명 가까운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졌고 최대 1900명이 다쳤다. 유엔 팔레스타인구호기구는 “사망자 중 20~25%는 어린이와 여성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마스 치안요원만 200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 주변에 병력을 증파하고 예비군 총 9000명을 소집한 이스라엘은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하아레츠는 31일 프랑스가 제안한 48시간 임시휴전안을 거부한 이스라엘이 단기간의 대규모 지상전을 치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5일 예루살렘을 방문해 이스라엘을 설득할 계획이지만 오랜기간 공격을 준비해온 이스라엘이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은 적다. 터키와 이집트도 각각 휴전안을 제안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6년 레바논 전쟁 때 집속탄(클러스터)을 사용해 대대적인 비난을 받았던 이스라엘은 이번 가자공격에서는 최신형 벙커버스터(GBU-39) 폭탄까지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군 고위관계자도 이를 인정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미국이 1991년 걸프전 때 개발한 참호파괴용 폭탄인 벙커버스터는 콘크리트 벙커를 뚫고 들어가는 막강한 무기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벙커버스터를 사용했다가 비난받은 바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사용한 GBU-39는 가자 공격 석달 전 미국이 이스라엘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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