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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해세력은 모두 적”… 유엔도 공격

딸기21 2009. 1. 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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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이 난민들이 피신해 있는 유엔 학교와 의료시설들을 공격, 피란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묵살하고 유엔시설까지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운영하는 가자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의 알 파코라 초등학교에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인해 학교 내에 피란 중이던 난민 350명 중 어린이를 포함한 4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또 다른 유엔 학교에도 미사일 공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 이 밖에 부레이지 난민촌에 있는 의료시설도 폭격, 유엔 의료진 7명 등 1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에도 가자시티에 있는 UNRWA의 아스마 초등학교를 폭격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학교에서 아들 아베드(20)를 잃은 난민 사미르는 “전기도 물도 끊긴 교실에 20명 이상이 숨어 있었는데 폭발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며 “아들을 찾았더니 사촌들과 함께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가자 인구 150만명 중 100만명은 지난 수십년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고향에서 쫓겨난 난민들이다. UNRWA는 지난해 말 공습이 시작되자 27개 난민 학교를 대피소로 제공해왔다. 이들 학교에 수용된 피란민 수는 1만5000명에 이른다. 난민들은 “유엔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까지 타깃으로 삼는다면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격분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유엔시설 공격에 대한 비난이 일자 “잘 모르는 뉴스”라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공격적인 전술은 우리 군인들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 유엔시설 공격이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유엔 요원들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무력행동 시 종종 유엔 구호요원들을 공격하거나 유엔시설을 폭격해 쫓아냈다.
2006년 7월 레바논전 때에는 유엔 사무소를 폭격해 중국인을 포함한 유엔 직원 4명을 살해했다. 전해에도 같은 지역에서 프랑스인 유엔 평화유지군을 사살했다. 1996년에는 레바논 남부 카나 난민촌의 유엔사무소를 공격, 난민 100여명을 학살했다. 2003년 3월 이라크전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에는 미국 여성 평화운동가를 불도저로 밀어 사망케 해 비난을 받았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유엔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무력행동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은 이스라엘의 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기구 구호요원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과 반인도적 행위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이전부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취재를 봉쇄해왔고, 구호기구 활동도 방해했다. 공격 직전인 지난해 12월14일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담당 특별조사관을 아예 추방해버렸다. 2007년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팔레스타인 인권실태를 조사할 특사 격으로 보낸 데스먼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의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다. 

유엔 결의안도 이스라엘 앞에서는 무력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영토들을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에 돌려줄 것을 요구한 유엔 결의안 242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결의안들을 묵살하고 있다.


국제사회 “살인자들” 격분… 진상조사·휴전 촉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난민들 피란처로 쓰여온 유엔 학교들과 의료시설을 폭격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일제히 분노를 표하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6일 “난민 보호소로 쓰이던 유엔시설까지 공격한 이스라엘군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런 일은 절대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존 깅 대표는 “가자지구가 봉쇄돼 외부로 피신할 수 없는 난민들을 위해 학교를 대피소로 제공한 뒤 이스라엘군에 GPS 좌표를 통보, 공습을 하지 말아달라고 사전 협조까지 구해놨다”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맥스 게이랄드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인도적 지원을 위해 가자지구에 들여보내달라며 이스라엘에 국경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수송로를 일부 열어줄 것이라 약속했으나, 국제기구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중국과 영국은 이스라엘에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베네수엘라는 가자 공격에 대한 항의 표시로 카라카스 주재 이스라엘 대사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을 “살인자들”이라 비난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대통령은 국제전범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인 모리타니는 ‘신변안전’을 이유로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외무장관)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해 무모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6일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 ‘변화’라는 구호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위기의 하마스... '와해 조짐' 이스라엘 언론들 보도

하마스는 궤멸될 것인가.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가 와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에 이어 지상군이 투입되자 하마스 조직이 궤멸상태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마스 고위 간부들이 잇달아 휴전협상설을 흘리는 이유는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하마스 간부 아흐마드 유수프는 프랑스24 TV 회견에서 “조건 없이 휴전에 합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었다.
하마스 지도부에서 나오는 말들이 서로 엇갈리는 것으로 미뤄, 지휘체계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망명 중인 하마스 무장투쟁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지난 연말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자 “하마스는 한방울의 피가 남을 때까지 항전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반면 시리아에 머물고 있는 하마스 정치국 고위 간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또다른 고위 간부 마흐무드 앗 자하르는 “이스라엘이 가자 봉쇄를 풀고 공격을 중단하면 휴전하겠다”며 봉쇄 해제를 조건으로 내세웠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현 상황은 하마스에게 예상보다 더 안좋게 돌아가고 있다. 가자지구 내 하마스 시설들은 거의 모두 폐허가 됐다. 통신이 끊기면서 지도부 내 의사소통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집트에 파견된 ‘협상대표’가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부와 제대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지조차 미지수다. 하마스의 무장분과인 에제딘 알 카삼 여단과 여타 지도부 간 이견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가 결국 ‘정치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최소한 시리아의 하마스 지도부는 건재할 것이며, 하마스에게는 ‘생존’ 그 자체로서 이스라엘에 승리를 거둔 셈이 되리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하마스는 하루 쉬고 하루 싸우는 ‘격일투쟁’으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전력에서 열세인 하마스는 자폭테러 등을 이용한 공격에 곧 다시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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