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러시아와 MB

딸기21 2008. 9. 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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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천연가스를 들여오기로 했다고, MB네가 난리가 났나봅니다. 조선일보가 '장밋빛 전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네요. 장미, 좋지요. 아름답고 향기도 좋고... 에너지효율성 높일 생각은 않고 돈퍼주고 사와 쓸 생각만 하니! 라고 한소리 해보고 싶지만, 이 정부가 어떤 정부인데, 그리고 이 나라 국민들도 참 얼마나 에너지쓰기 좋아하는 국민들인데 감히 소비를 줄이자고 하겠어요. 사온다 하니 그것만해도 용하네, 해야지요.

근데 장밋빛 너무 지나치면 촌스러워지는데... 촌스럽기만 하면 또 괜찮게요. 
1. 사실은 러시아가 가스 판다는 약속도 안 했는데 MB혼자 신난 것일 수도 있고 
2. 러시아가 진작부터 계획하고 있던 판매사업인데 MB 정부가 자기네 성과인양 과장하는 것일수도 있고 
3. 러시아에 있는대로 돈만 퍼주고 실속도 못 챙기는 게 될 수도 있으니... 저 정부 하는 꼬라지를 봐서는, 다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생각난 김에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기사 썼던 것도 있고... 그동안 올려왔던 내용들 포함해서 두루두루 정리를 좀 해보면요.

가스시장의 특성

가스를 운송하는데에는 전용 파이프라인과 대형 수송선을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으로 가스(기체) 상태에서 옮기는 걸 PNG라 하고, 액체로 만들어서 수송선으로 옮기는 걸 LNG라고 합니다. 
가스는 매질이 불안정해 석유처럼 장거리 대량 운송을 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자원의 속성상 석유 같은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해요.  
중동산-한국과 일본 등 극동, 러시아산은 유럽, 캐나다산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지역별 시장’ 체제가 굳어져 있는 거죠. 그래서 가격이 민감하게 바뀌는 석유와 달리 지역별 장기간 매매시스템이 형성돼 있다는군요.

생산국들이 권한을 휘두르고 싶어도 거대자본 없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유럽 근처에서는 주로 서방 에너지기업들이 참여해서 파이프라인을 깔아왔지요. 

그런데 최근 러시아의 관심은 동시베리아 쪽으로 가 있답니다.
지금껏 나와있는 계획들을 들여다보면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자원개발 계획

-사할린섬에서 블라디보스톡~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라인 내년 1분기 첫삽 뜰 것
가즈프롬, “이미 계획 승인 받았다, 설계 작업 중” 완공되면 1일 1억㎥ 수송 가능. 2011년까지 완공할 계획

-동시베리아 야쿠챠(사하) 자치공화국의 차얀딘스코예 가스전과 블라디보스토크 잇는, 1일 1억㎥ 수송 가능한 또다른 파이프라인 건설계획

-이와 별도로 가즈프롬은 동시베리아 야쿠챠(사하) 자치공화국에 대규모 가스화학플랜트 세우는 방안 검토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2조4000억루블 들여 22년에 걸쳐 동시베리아 에너지 개발하려는 계획, 그 일환으로 야쿠챠에 가스단지 만들겠다는 것. 내년에 부지 선정할 예정. 일본 기업들 벌써 관심, 진출 채비. 한-일 합작 플랜트 건설 가능할 것으로 러시아측은 보고 있다. 2011~15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프로판/부탄/헬륨가스 등 생산 계획.

-동시베리아 가스관도 설치 움직임. 가즈프롬 부사장 알렉산데르 아나넨코프, 지난 8일 성명 내고 석유수송회사 트란스네프트와 합작으로 야쿠챠-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토크 잇는 가스관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설중인 ESPO(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따라 짓는 것.

이미 러시아엔 여러가지 계획이 있었네요. 한국 정부도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오던 거라고 하고요.

그런데 러시아가 어디 그렇게 맘 좋은 퍼줌이들이랍니까. 푸틴 표정만 봐도 독종인데 -_-;;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정치

2006년초 우크라이나, 2006년말 벨로루시 상대로 천연가스관 잠근다고 난리를 쳤지요. 물론 러시아도 할 말은 있었습니다. 옛소련권 국가들에 시장가격보다 훨씬 싸게 주고있었던 거는 사실이니까...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약 47조㎥로, 독보적인 1위입니다. 2위 이란은 약 27조㎥의 천연가스를 갖고 있으나, 정치적인 문제 즉 미국의 금수조치에 묶여 시장에 내다팔지를 못하고 있고, 내다 팔만한 인프라도 안 되어있대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가들은 아직까지 불안정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대신 석유 수출에 더 비중을 두고 있고... 

막대한 자원을 가진 러시아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석유 주네 안 주네 하면서, 일본으로부터 엄청나게 돈 챙겼다고 하지요. 결국 동시베리아 송유관 큰 줄기는 중국 쪽으로 뽑기로 했습니다만...

사할린 천연가스전 개발에서는 네덜란드계 로열더치셸, 영국계 BP 등 거대 에너지기업들과 마찰을 빚다 결국 최근 항복선언을 받아냈고.

가스카르텔 움직임

2006년 8월 가즈프롬과 알제리의 소나트라치가 파트너십 협정을 맺으면서 오펙 같은 '가스 카르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푸틴이 지난해 2월 가스 수출국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3월에는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해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러시아 국가원수의 사우디 방문은 첨이었대나 머라나.
작년 4월 카타르 도하에서 가스수출국포럼(GECF) 총회가 있었는데, 이게 사실은 러시아 주도 ‘가스 카르텔’ 결성 움직임 아니냐 해서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러시아, 카타르, 이란, 알제리,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 이 회의 참가 6개국은 전세계 가스 매장량의 72%를 보유하고 있다니 긴장할 만 하지요.

푸틴이 쥐바기 갖고 놀려면 얼마든지 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북한이랑 철도 연결도 못 하는 주제에 가스관 연결하네 마네 분위기 띄우는 꼴을 보니 어째 좀 걱정이 되네요.

*참고

■ 천연가스 매장량 상위 10개 국가

 1위 러시아 47조㎥
 2위 이란 26조7000억㎥
 3위 카타르 14조4100억㎥
 4위 사우디아라비아 6조3390억㎥
 5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6조600억㎥
 6위 미국 5조 1950억㎥
 7위 알제리 4조7390억㎥
 8위 베네수엘라 4조1900억㎥
 9위 나이지리아 4조70억㎥
 10위 이라크 3조1490억㎥  (자료: CIA 월드팩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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