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중동이 뒤집히긴 뒤집힐 모양

딸기21 2003. 10. 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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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중요한 나라가 몇 나라 있다. 사우디, 이집트, 이란, 이라크가 바로 그 '중요한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이 모두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이라크야 뭐 전쟁을 치르고 아사리판이 되었으니 그렇다 치고.

1.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사우디 보수왕정과 개혁파 간 `보-혁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1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는 사상 초유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벌어졌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수백명이 도심에 몰려나와 개혁을 요구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하고, 수십명을 연행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란에서도 대선 때 '청소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에 좀 놀란 적 있는데, 이쪽 나라들에서는 우리 고등학생 뻘 되는 애들이 어른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까 '애들 시위'로 보면 곤란하다. 학교에 일찍 가고 일찍 졸업하고 일찍 결혼하기 때문에 '어른'이 맞다)

사우디 왕정은 대중 시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시위만 금지하나? 세상에 이렇게 무식한 나라는 몇 안된다 -_-) 그간 사우디에서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지식인들의 탄원 등이 계속돼왔지만 가두 시위로 불만이 표출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 정부는 전날 건국이래 최초로 1년 안에 지방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나, 30세 이하의 젊은층과 여성들에게는 여전히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보혁 갈등이 혼란으로 이어질 경우 중동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뻔하다.
압둘라 왕세자가 이끄는 왕정은 9·11 테러 뒤 개혁을 요구하는 지식인들과 부패하고 보수적인 왕족들, 오사마 빈 라덴처럼 이슬람 신정(神政) 수립을 원하는 와하비(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미국의 개혁 압력에 포위돼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사우디 왕정은 오일달러로 재정을 채우면서 국민들에게 납세 부담을 없애주는 대신 정치적으로는 철저한 독재를 행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적자가 커지고 실업난이 극심해지자 곳곳에서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미국도 냉전 종식 이후 중동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버린 사우디에 점점 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압둘라 왕세자는 대미관계를 개선하고 국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올초 국제인권기구들에게 현지조사를 허용, '인권 사찰'을 받고 여성들에게 법적으로 국민 지위를 부여하는 등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 이란

사우디만큼 넌센스 독재는 아니었으니 상황이 낫긴 하겠지만, 그 덕에 사우디보다 앞서 보혁 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인권변호사 겸 여권운동가 시린 에바디 귀국을 맞아 다시 보-혁 논쟁에 불이 붙었다.

다음은 후배가 쓴 기사.

"검은 코트를 입고 머리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귀국한 에바디는 14일 테헤란 메라바드 공항에 모인 3000여명의 환영인파를 향해 "내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세계가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에 대한 이란 민족의 열망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라며 "이 상은 내것이 아니라 위대한 이란 민족의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에 모인 환영인파들은 "정치범을 석방하라", "자유와 정의가 우리나라의 슬로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란 사람들의 개혁 열망을 보여줬다. 일부 젊은 사람들은 대중 앞에서 남녀간 신체적 접촉을 금지하는 법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손을 잡고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슬람 강경론자들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핵사찰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에바디가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적국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경론자들은 또 지난주 에바디가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때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지 않았다며 에바디를 비난했다. 개혁파 정권을 이끌고 있는 무하마드 하타미 대통령도 강경파의 반발을 의식해 "노벨 평화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이란의 국익"이라고 평화상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그럼에도 하타미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개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데다 국내외에서 에바디의 수상을 반기고 있어 에바디의 귀국을 계기로 개혁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

3. 이집트

여기...여기도 사우디 못잖게 썩었다고들 하던데.

오늘 아침 외신 한 토막.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아들로 강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말 무바라크(39)가 최근 암살위기를 모면했으며 총격으로 그의 경호원 2명이 숨졌다고 아랍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신문 알바와는 가말 일행이 알렉산드리아 방문을 마치고 카이로로 돌아오던 중 그가 탄 차량 행렬이 고속도로에서 총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신문 알-샤아브는 "가말이 무장 경호원을 대동한 채 직접 차를 몰다 총격을 받았다"며 "방탄 차량이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고 전했다. [카이로=연합]

'후계자'란 말에서 짐작했겠지만. 무바라크는 아들한테 정권을 물려주려 하고 있다. 좀 희한한 일이지만, 중동의 정권은 차남한테 가는 경향이 있나보다. 시리아의 아사드 전대통령이 '왕권'을 바샤르 현 대통령- 역시 차남- 에게 물려줬고, 이라크의 후세인도 쿠사이에게 물려줄까말까 했었다. 또 하나의 나라가 이집트인데, 작년에 무바라크가 아들을 집권당 총재로 만들려고 했었다. 근데 당내에서 반발이 많아 그냥 사무총장에만 앉혀놓고 뜸들이고 있는 중이다. 리비아의 카다피도 차남에게 물려주려 한다던데.

이미 이집트에서는 권력자가 암살당한 전례가 있다. 하필이면 무바라크의 아들과 이름이 똑같은 가말 압둘 나세르가 총맞아 죽었다.

  뒤집혀라 뒤집혀 !! 많이 다치지 않고 많이 아프지 않고 뜨겁게 뒤집혀라 2003/10/15  
  세계화라는 이름하에 마치 판게아를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듯 부르짖지만 현실은 말라 비틀어진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크게 혹은 작게 갈라지든 이권 다툼으로 갈라지는 건 매한가지... 2003/10/16  
  조선 사회를 조금씩 들여다 보고 있는데, 그 동네도 늘 이랬더라고요! 200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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