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병 압력을 받고 있는 나라들은 파병을 위해 국내 반대여론을 무마해야 하는 것 못잖게, 어떻게 하면 자국 군대를 가장 안전한 지역에 보낼 것인가를 놓고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라크 남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반면 바그다드 이북으로 갈수록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당연히 각국은 남부 파병을 선호한다. 파병이 예상되는 국가별로 주둔 예정지역과 특성을 살펴본다.
◆일본=일본 정부는 육상자위대 파견지로 이라크 남부의 나시리야와 사마와 2개 도시를 선정하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이 13일 보도했다. 방위청은 지난 9일 귀국한 12차 현지조사단의 보고내용을 토대로, 이들 2개 지역의 치안이 비교적 안정돼 있고 급수·정수(淨水) 등 인도적 지원의 기회도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바그다드를 비롯한 중부지역 파병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일본은 이르면 12월 선발대를 보내고, 내년 봄 공병부대를 중심으로 경비·통신·수송 등을 맡을 600∼700명 규모의 본대를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유럽국들=영국군은 남단의 대도시 바스라에 지휘부를 두고 있다. 영국군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바그다드 이북으로는 진출하지 않았다. 종전 뒤 영국군 사망자 수가 미군보다 훨씬 적은 것은 반군들이 미군을 주로 공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국군이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지역에 주로 주둔했던 탓도 있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중인 유럽 군대는 영국군 지휘하의 남부군에 소속돼 있으며, 곧 파병 예정인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부대 등 `라틴여단'도 남부에 주둔하게 된다. 남부는 과거 후세인 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시아파 무슬림 주민이 많아 반(反) 후세인 정서가 강하다. 남부에서 일어나는 충돌은 다국적군을 겨냥한 것보다는 주로 이슬람 시아-순니 사이의 종파갈등에 기인한 것들이다. 점령군의 임무도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경제난에 항의하는 주민 시위를 진압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터키=올 연말부터 연차적으로 최대 1만명 정도를 파병할 예정인 터키는 북부 주둔을 희망하고 있다. 터키는 오래전부터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의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즉 북부는 터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이다. 또 터키 내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세력과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북부 주둔이 유리하다. 그러나 미국은 쿠르드족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 터키측에 중부지역 주둔을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은 터키군 진입시 공격을 선언했으며, 터키도 13일 자국군 공격시 쿠르드 반군에 반격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는 등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우리 군대가 파견될 경우 북부에 주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파병시 우리 군대가 북부의 중심도시 모술과 키르쿠크에 주둔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일대는 터키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후세인 정권시절부터 이 일대는 종교적, 민족적으로 복잡한 상황이 얽혀 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곳에 우리 군이 파견된다면,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 파병되는 셈이 된다.
◆북부는 어떤 곳=1927년 이라크 최초의 유전이 발견된 키르쿠크는 100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의 유전지대 중 하나다. 문제는 종족갈등. 키르쿠크에는 아랍계, 쿠르드계, 터키 계열의 투르크멘계, 아시리야계 등 소수민족들이 뒤섞여 있다. 모술은 북쪽 터키·시리아와 남쪽 페르시아만으로 향하는 송유관의 집결지로, 후세인의 두 아들이 은신해있다가 사살된 곳이다. 인접한 쿠르디스탄 산지에는 1990년부터 쿠르드족이 자치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인근의 티크리트는 후세인의 고향으로, 후세인 잔당이 지금도 미군과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 파병되는 외국군은 ▲반군과의 싸움 ▲친(親)터키계와 쿠르드족의 싸움 ▲쿠르드족과 투르크멘족의 충돌 ▲쿠르드 양대 세력인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연합(PUK)의 세력다툼 ▲친터키세력과 친이란계 간의 분쟁 등 복잡다단한 충돌에 맞서야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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