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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벽 건설을 중단하라 -쵸이

딸기21 2003. 10. 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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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벽 건설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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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lestinian boy looks at houses destroyed by Israeli forces in Rafah refugee camp
October 12, 2003. Israeli forces killed a Palestinian and razed dozens of homes
in a strategic Gaza Strip refugee camp on Saturday as the Palestinians put off
naming a new security chief to help spearhead Middle East peace moves.  REUTERS



시온주의 혁명은 언제나 두 개의 기둥 위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올바른 길(a just path)과 윤리적 지도력(an ethical leradership).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어느 것도 튼튼하지 않다.
오늘날 이스라엘 민족은 타락의 발판위에 올려져 있으며 억압과 불의의 기반위에 놓여있다. 시온주의 정신의 종말이 현관 앞에 와있다. 지금 세대가 시온주의의 마지막 세대가 될 위기를 맞고 있다. 머지않아 중동에서의 유대국가는 아마 전적으로 다른 종류의 국가, 즉 강하지만 추한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방향을 바꿀 때다. 정의로운 사회와 정치적 의지의 새로운 비전이 요구되는 때다. 단지 이스라엘 국내 문제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삼고 있는 디아스포라 유대인 역시 유념하고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다.
기둥이 무너지면 상층이 붕괴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스라엘에는 반대세력 - 정치세력이든 시민세력이든 - 이 없다. 아리엘 샤론 수상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조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두 명이 모이면 세 가지 의견을 낳는다.”는 수다쟁이 국가에서 갑자기 모두 귀머거리가 되었나보다.

그렇다, 이스라엘은 히브리어를 부활시켰으며 굉장한 군사력과 강한 통화를 만들었다. 유대 정신은 어느 때보다 빈틈없다. 유대인은 나스닥에도 진출했다. 그 높던 인플레이션도 잡고, 실업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 땅에 나라를 세운 이유였던가?
유대국민은 새로운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과 미사일 방어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0년 동안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유대인은, 자신들처럼 고통 받고 있는 다른 민족들에게 ‘빛’이 되기 위해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실패해 가고 있다.

시온주의의 상부구조(superstructure)는 이미 값싼 예루살렘의 결혼식장처럼 무너져 내렸다. 오직 미치광이 한 사람만이 무너져 내린 기둥 아래 경사진 바닥 위에서 아직도 춤을 추고 있다.
더 이상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돌보지 않는 이스라엘은 현실을 외면하는 이스라엘 사람들 한 복판에서 자신들을 산화하여 증오의 피로 그들의 몸을 적신다 해도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유대인들의 카페와 오락장에서 알라에게 자신을 의탁하고 죽어가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삶이란 곧 [즐거운 오락이 아닌] 고문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대인의 식욕을 떨어뜨리기 위해 유대인의 식당에서 피를 흩뿌리고 있다. 왜냐하면 집에는 배고픔과 굴욕에 젖어있는 그들의 자녀와 부모가 무기력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루에도 수천 명의 테러 배후 주모자와 폭탄 제조 기술자를 살해할 수 있다. 모사드에게는 그들이 어디 숨어있는지 정확하게 찾아 낼 수 있는 정보력과 그들을 정확하게 쏴 표적 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기술과 첨단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단코 해결책은 못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지도자들이 ‘증오와 분노의 샘’ 밑으로부터, 그리고 불의와 도덕적 타락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리고 신에 의해 정해진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침묵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소외치는 것은 도덕적 명령이다.

이제 샤론 수상은 국민들에게 선언해야 한다.
환영(幻影)의 시간은 지나갔고, 결의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우리가 조상의 땅을 온전히 사랑하여 우리 홀로 살기를 윈 해 왔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아랍인들에게도 꿈이 있고 욕구가 있다고.
어떤 경우에도 유대인은 존재했듯이 아랍-팔레스타인 역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요르단 강과 지중해 사이 거기에는 더 이상 다수의 유대인만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상대 녀석들(fellow citizens)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테러리즘에 대한 단번의 기적적인 해결책은 결코 없다고.
이들과 계속해서 싸우되 도덕성이 결여된 방법으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일정한 희생과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평화롭게 살 수 없을 거라고.
과거의 유대인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팔레스타인을 부양(扶養)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중동의 유일한 민주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왜냐하면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 없이 시온주의도, 민주주의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리고 샤론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아직도 ‘보다 거대한 이스라엘’(the greater Land of Israel)을 원한다고? 문제없다. 민주주의를 포기한다면.
그리고 보다 효과적인 인종차별적인 분리 장벽을 쌓자고? 감옥이나 유치장 같은 칼킬리야 게토(Qalqilya Ghetto)와 굴라그 제닌(Gulag Jenin)을 만들면 되니까.
유대인 다수(Jewish Majority)를 원한다고? 이 또한 문제없다. 기차나 버스, 낙타나 당나귀에 아랍-팔레스타인들을 태워 유대인들과 영구히 분리할 수 있는 곳으로 추방해 버리면 되니까.
민주주의(Democracy)를 원한다고? 문제없다. 보다 거대한 이스라엘을 포기하거나 아랍인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시민권과 참정권을 부여하든지 하면 되니까. 이스라엘이 인종차별국가가 되든 민주국가가 되든지 이 모든 사항은 무기명 비밀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면 되니까.
그리고 유대인은 모든 정착촌으로부터 이주해 나와야한다고.
유대국가와 팔레스타인 국가 사이에 국제적으로 명백한 국경을 긋고 - 6일 전쟁 이전의 영토를 기본으로 한 - 서로의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유대인의 귀향 법은 유대국가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하며, 팔레스타인의 귀향 권리 역시 보장하되 팔레스타인 국가 경계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벌레가 시온주의의 몸뚱이를 먹기 시작해서 벌써 머리를 공격하고 있다.
한때 가장 고결한 가치로 여겨지던 시온주의 혁명은 이제 죽어가고 있다.
시온주의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분명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간이다.
노동당대 리쿠드, 우파와 좌파의 문제가 아니다. 옮고 그름의 문제이며, 수용과 거절의 문제다.
어떻게 샤론 정부를 정치적으로 대체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희망의 비전이다.
귀머거리, 벙어리, 무감각한 경직된 시온주의의 파멸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이스라엘 내의 양심 있는 세력이 뭉쳐야 한다.
그리고 최근 팔레스타인 과격 단체의 지도자들을 표적 살해하기 위해 점령지 내의 민간인 밀집지역에 대한 공격을 거부한 양심 있는 이스라엘 전투 조종사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해외의 유대인 친구들 - 유대인이든 비유대인이든, 각 나라의 대통령과 수상들, 그리고 지성인들과 시민들 - 역시 선택해야만 한다. 유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로드맵의 순조로운 항해를 위해 도와야 한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롭고도 정의로운 평등한 사회와 국가를 건설할 수 있도록.

 
 



쵸이님, 보안장벽인지 뭐시긴지 저거 볼 때마다 너무너무 열받아요 내가 이렇게 열받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싶어요 그 조종사들에 대한 '보통 유대인'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조종사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대해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일반 대중들보다 유명 작가들의 논쟁이 한창입니다. 조만간 정리되는 대로 글 하나 올리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군요. 대략 지지론자와 신중론자로 갈라지는 데, 나름대로 각각의 기존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공통점이 있어 보입니다. 다비드 그로스만이 주도한 이번 작가들의 지지 서명에는 아모스 오즈가 빠졌습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2003/10/13  
  그리고 '보안 장벽'이 아니라 '분리 장벽'입니다. 이 장벽은 결코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안보를 지켜주지 못할 것입니다. 아일랜드 북쪽 벨파스트의 글렌브린 공원(Glenbryn Park)의 '분리 장벽'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장벽을 쌓는 이들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때로 총을 들거나 벽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법입니다. 따지고 보면 만리장성과 베를린 장벽을 쌓던 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음 문을 닫고 마음의 벽을 쌓는 일도 마찬가지겠지요. 2003/10/13  
  네, 제가 보기에도 '분리장벽' 혹은 '땅따먹기 장벽'인데 이스라엘 정부는 '보안 장벽'이라 부르더군요. 모순된 용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안그래도, 작가들 서명하는데 아모스 오즈는 없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200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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