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중국 사이에 다시 영토분쟁 조짐이 일고 있다. 핵·군비 경쟁을 비롯, 지역패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온 두 나라 사이에 ‘통제선(LAC)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고 인도 일간지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10일 보도했다.
발단은 최근 들어 중국이 잇달아 통제선을 넘어 순찰을 강화한 것. 두 나라는 4057㎞에 이르는 기나긴 경계를 맞대고 있는데, 오랜 분쟁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공식 ‘국경’이 아닌 ‘통제선’만 설정해놓은 상태다.
신문은 인도 정부의 소식통들을 인용, 중국 인민해방군 순찰대가 지난 2일 통제선 부근에 있는 판공초 호수와 카슈미르 부근 트리그 고원에 출몰했다고 보도했다. 판공초 호수의 3분의 2는 중국령이고 3분의 1은 인도령이다.
이튿날인 3일에는 인민해방군이 아예 트리그 고원을 건너왔다. 인도 관리는 “1월 이후로 중국군이 인도령 라다크 동부를 넘어온 것만 해도 벌써 100번이 넘는다”고 말했다. 판공초와 트리그 고원 일대는 1999년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영토분쟁, 이른바 ‘카르길 분쟁’ 때 문제가 됐던 곳이다. 인도는 당시 중국이 파키스탄을 밀어줬다고 주장해왔다. 이 문제는 중국과 인도 간에 앙금으로 남아 있다.
인도는 중국 측이 올 들어 통제선 전역에서 끊임없이 도발해왔다고 비난했다.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와 시킴 등지에서도 계속 통제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 당국은 중국령 티베트 가까운 시킴 고원 일대에서 중국군이 올 들어서만 80여차례 통제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인도 관리들은 “중국이 인도 정부의 영토 수호 의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나라는 수십년 동안 영토분쟁을 계속해왔다.
빌미는 1914년 영국이 티베트와 맺은 경계선, 이른바 ‘맥마흔(McMahon) 라인’이라는 것이었다. 영국은 이 선을 기준으로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인도에 편입시켰고, 티베트 땅은 티베트족에 넘겼다. 그런데 51년 중국이 티베트를 병합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은 “영국이 설정한 맥마흔 라인은 불평등조약이므로 인정할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인도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 라인을 고집했다. 59년 티베트 라사에서 분리독립운동 세력의 소요가 일어나자 인도는 이들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달라이 라마에게는 은신처를 내줬다. 이 때문에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인도가 분쟁지역에 군사초소를 설치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62년 전쟁이 일어났다. 결과는 인도의 참패였다. 인도군 3000여명이 사망 혹은 실종됐고 4000여명이 포로로 잡혔는데, 중국측 희생은 거의 없었다고.
75년에 다시 국경 충돌이 일어났지만 이후로는 ‘현상유지’ 상태가 이어져왔다. 96년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를 방문, 국경협정을 맺으면서 관계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98년 인도의 핵 실험을 계기로 두 나라 간 군비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했고, 양국 관계는 지금도 냉-온 사이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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