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태국 '무정부 상태'

딸기21 2008. 10. 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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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가 의회해산과 총선거를 요구하는 야당 지도자들을 투옥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시위대 2명이 숨진 가운데 총리는 의사당에서 도망쳤고, 방콕 시내는 무정부 상태로 변했다.


방콕포스트는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국민민주연대(PAD)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봉쇄하자 솜차이 옹사왓 총리가 담을 넘은 뒤 헬기를 타고 도망쳤으며, 시내 전역에 육·해·공군 총 10개 중대가 배치됐다고 8일 보도했다.
솜차이는 탁신 치나왓 전총리 계열 피플파워당(PPP) 소속으로, 사막 순다라벳 전총리가 직무수행과 관련해 위헌 행위를 저질렀다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물러난 뒤 총리가 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솜차이도 사막과 마찬가지로 탁신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반발해왔다.
솜차이는 민주화 요구에 탄압으로 맞서 최근 PAD 지도자인 잠롱 스리무앙 전 방콕시장 등을 반역 등의 혐의로 체포했으나 오히려 더 큰 저항을 불렀다. 솜차이는 의사당에서 도망치는 처지가 된 뒤에도 시민들을 향해 시위를 끝낼 것을 종용하면서 총리직 사퇴와 조기총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전날 밤 시내에서는 시위대 2명이 진압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고 350여명이 다쳤다. 몇달 째 정부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정부청사 점거농성 등을 벌여왔던 반정부 진영은 유혈진압에 항의해 더욱 거세게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PAD 지도자 삼란 롯페크는 유혈사태가 재발될까 우려해 시위대들에게 “의사당 주위의 봉쇄를 풀고 농성장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했으나 도심에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군은 여전히 중립을 내세우면서 현 정부를 지켜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하고 있다. 솜차왓은 7일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이 극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누퐁 장군은 “특정세력이 군을 끌어들여 쿠데타를 유도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각료회의가 끝난 뒤 “군은 엄정하게 중립을 지킬 것임을 분명히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누퐁 장군은 지난달 사막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방콕시내 치안권을 군에 맡겼을 때에도 “정치에 군을 끌어들이려 한다”며 반발했었다. 태국 군부는 2006년 탁신 지지-반대 진영 간 충돌로 혼란이 빚어지자 무혈쿠데타를 일으켜 정국을 장악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는 적극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밝혀왔다. 산셈 카에쿰넷 군 대변인은 “군은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이 위해를 입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정부·경찰의 무력진압 방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태국 정정불안 일지

2008년1월 사막 순다라벳 총리 취임
     2월 탁신 치나왓 전총리 귀국
     5월 국민민주연대(PAD) 반정부 시위 시작
     8월11일 탁신 부부 다시 영국으로 도피
     8월26일 반정부 시위대 정부청사 점거농성 시작
     9월2일 사막 순다라벳 총리, 방콕 시내에 비상사태 선포
          9일 헌법재판소, 사막 총리의 TV프로그램 진행에 대해 위헌결정
          12일 사막 총리 퇴임
          14일 비상사태 해제
          17일 의회 투표로 솜차이 옹사왓 총리 취임, 반정부 시위 가열
     10월6일 반정부 시위대, 솜차이 총리 정책설명회 막으려 의회 봉쇄
         7일 경찰 발포로 시위대 2명 사망, 350여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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