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100년 앙숙들 간 해빙무드

딸기21 2008. 9. 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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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아르메니아 사이에 화해 무드가 싹트고 있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아르메니아인 학살’이 벌어진 이래로 반목해왔던 두 나라 간에 근 100년만에 해빙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3일 보도했다.

양국간 화해의 징검다리는 월드컵과 그루지야 사태다.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오는 6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열리는 양국 간 월드컵 축구 예선전에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을 초청했고, 굴 대통령은 기꺼이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터키 대통령의 방문은 1990년 아르메니아 독립 이래 처음이다. 이번 방문으로 양국 간 화해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오스만투르크가 영토 내 아르메니아인들을 대량 학살한 뒤로 터키인과 아르메니아인들은 앙숙관계였다. 유럽, 미국 등지로 이민간 아르메니아인들은 막강한 로비력으로 ‘반 터키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했고, 최근까지도 당시의 학살 문제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왔다. 두 나라는 지금껏 외교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터키가 아르메니아 내 소수민족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공화국 독립을 물밑 지원한 것도 갈등의 요인 중 하나였다.

두 나라 사이 화해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지난 7월. 터키 언론들은 양국 고위 외교관들이 스위스에서 비공개 관계 개선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고, 터키 정부도 곧 이를 공식 확인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충돌이 빚어지면서, 카프카스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우려한 터키-아르메니아 간 협상 속도가 빨라졌다. 터키는 지난달말 러시아,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에 지역협력체 구성을 제안했다.
터키 측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도 지역협력체 안에서 평화롭게 해결하자며 아르메니아를 설득하고 있는 것을 전해졌다.
오랜 적대감이 모두 해소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두 나라 모두 에너지 수입국들로서 카프카스 안정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 전선’에 나설 일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터키는 EU 가입을 위해서라도 기독교(동방정교)계 친유럽국 아르메니아와 화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다.

이슬람과 유럽 양쪽에 발을 걸친 터키는 이슬람과 서방, 러시아권과 서방 간 갈등을 비집고 ‘틈새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AFP통신은 3일 이란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오만,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친서방 걸프 소국들이 터키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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