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친서방 그루지야 정권 ‘손보기’

딸기21 2008. 8. 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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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10일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의 공군기지를 폭격했다. 친러시아계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를 선제 공격했던 그루지야는 휴전을 들고 나왔지만, 러시아는 이참에 그루지야를 단단히 ‘손 봐주려는’ 듯한 태세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아온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정권을 진작부터 별러왔다. 2004년 ‘장미혁명’의 주역인 사카슈빌리는 친러시아계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을 ‘재영토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2006년 9월에는 트빌리시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 러시아를 자극하기도 했다. 지난해 러시아는 그루지야로 보내는 천연가스 값을 대폭 올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사태에 러시아가 강경대응으로 나선 것은 사카슈빌리 정권을 더이상 두고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미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테러전 부대를 양성한다며 2002년부터 트빌리시에 특수부대원들을 파견, 그루지야 군대를 훈련시켰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전면전·장기전으로 끌고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10여년 동안 체첸 내전을 겪은 러시아로선 전쟁에 다시 발을 들이는 것은 큰 부담이다. 또 작전이 길어지면 모든 비난을 러시아가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에 크렘린에도 값비싼 도박이 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에서 ‘인종 말살(제노사이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4년 전 러시아령 북오세티야에서 체첸 게릴라들을 잡는다며 초등학생 400여명을 희생시킨 것이 바로 푸틴 정권이었다. BBC방송 등 서방 언론들은 “모스크바가 세계에 귀를 닫았다”며 벌써부터 러시아를 맹비난하고 있다.

군사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러시아와 남오세티야 사이에는 카프카즈 산맥이 놓여 있고, 통로도 겨울이면 끊기는 산길 하나뿐이다. 병력규모는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압도하지만 그렇다고 남오세티야를 전격 병합할 수도 없는 처지다. 따라서 러시아는 사카슈빌리 정권에 겁을 주되 공격수위는 치밀하게 통제, 힘을 과시한 뒤 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일간지 도이체벨레는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공격하는 동시에 트빌리시에 유리 포포프 특사를 파견한 점을 들며 “정치적 ‘이중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