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방문한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지금 우리는 화석연료 시대의 대격변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원유값은 이른 시일 내 배럴당 250달러로까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즈프롬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가가 250달러대로 치솟는 시기는 2009년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1000㎥ 당 410달러 선에서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값은 1500달러 대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 언론들은 가즈프롬의 이같은 전망을 전하면서 석유시장의 수급불안이 구조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전 이사회장을 지냈던 가즈프롬은 러시아 최대 기업으로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힘줄을 장악하고 있다. 가즈프롬의 `250달러 전망'이 민간 투자회사들이 내놓는 전망치와는 또다른 무게감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날, 세계의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도 고유가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을 내놨다. AP통신은 주 브라질 미국 상공회의소 회의에 참석한 페트로브라스의 주제 세르히우 가브리엘리 회장 겸 CEO가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브리엘리 회장은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으며,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이 4∼5년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유가가 얼마로까지 오를지에 대해서는 예측을 밝히기를 거부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에 관한 질문에도 "브라질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대답을 피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페트로브라스는 지난해말 대서양 연안 투피 해역에서 거대유전을 발견하는데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이 몇년 내 OPEC에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유 수급불안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간한 월간 시장보고서에서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현재의 유가는 펀더멘털의 문제"라면서 "석유 공급량이 모자라기 때문에 기름값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소비량 증가추세는 다소 둔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흥개발국들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수요와 ▲고질적인 공급 부족 때문에 시장 상황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최대 에너지기업인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도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낸 기고문을 통해 "투기세력의 준동 때문에 유가가 올라갔다는 `신화'를 버려야 한다"면서 "현 상황은 공급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지적했다.
앞서 이란은 전날 올 여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중동 산유국들이 투기세력 탓만 하며 산유량을 늘리지 않는 이상, 유가는 안정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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