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되돌아본 민주당 경선

딸기21 2008. 6. 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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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에서 몬태나까지, 미국 민주당의 2008년 대선 후보경선은 역사적인 의미가 큰 만큼이나 기나긴 과정이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아이오와 반란'으로 시작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경기부양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둘러싼 정책 싸움에서부터 인종주의ㆍ여성차별 논란까지 숱한 이슈들이 대선 전초전을 달궜다.


미국을 흔든 `오바마니아' 열풍

민주당의 경선 드라마는 오바마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준비된 후보'였던 클린턴을 누르며 일대 반란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사실은 이 반란이야말로 `준비된 반란'이었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대테러 전쟁과 경제난에 신물난 유권자들 사이에 변화에 대한 갈망이 퍼져 있었던 것. 초선 상원의원인 오바마는 변화에 대한 요구를 포착해 `시대적 흐름'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반면 클린턴은 `경륜'을 강조함으로써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46세의 젊은 나이에 특유의 카리스마를 갖춘 오바마는 소액기부자들로부터 한푼 두푼 모으는 기부 캠페인을 벌여, 선거자금에서부터 `풀뿌리 혁명'을 일으켰다.
이번 경선은 또한 마이스페이스와 유튜브가 최대 공신이 되었던 `인터넷 선거'였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랐다. 특히 젊은층과 도시 주민, 고학력자들, 정통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비민주당원 유권자들의 지지가 경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오바마니아'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졌다. 경선이 열리는 주들을 돌며 선거를 돕는 이동 자원봉사자들, 열띤 유세장을 구경다니는 `프라이머리 투어(경선 관광)' 같은 신풍속도 생겨났다.

반전에 또 반전, 경선 드라마

다섯달 여에 걸친 경선을 통해 오바마는 일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작은 혁명'을 일궈냈지만, 보수주의의 벽을 넘지 못한채 끌려다님으로써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오바마는 당내 경선 초반 아이오와에서 승기를 잡고도 뉴햄프셔에서는 곧바로 클린턴에 반전을 허용했다. 2월5일 슈퍼화요일 이후 클린턴을 누르고 11연승 행진을 벌였지만 3월4일 미니 슈퍼화요일엔 클린턴에 대의원이 많이 걸린 큰 주들을 내줬다. 오하이오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둘러싼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고, 6월3일 경선 일정이 모두 끝날 때까지 대선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마이너리티 후보'의 고민과 한계

케냐 출신 유학생이던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내고 공동체운동을 거쳐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인재. 오바마라는 인물의 아이덴티티는 복합적, 다층적이며 그래서 매력적이다. 마이너리티의 모든 특수성을 가진 오바마는 바로 그 약점을 무기로 해서 경선 고지를 넘어 미국 사회의 메이저로 부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담대한 희망'(오바마의 자서전 제목)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 흑인들에게 내재된 컴플렉스가 없는 대신, 오바마에겐 미국 사회의 저변인 백인 블루컬러 노동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시카고 교회 담임목사였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댐 아메리카' 발언 파문에서 보이듯 흑인 혼혈이라는 것은 그에겐 벗어날 수 없는 짐이 될 수 있다. 인종주의는 11월 대선 때까지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경륜이 일천한 만큼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갔지만 역전 노장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요 일지

1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 예상 뒤엎고 오바마 승리
1월8일 뉴햄프셔 예비선거 클린턴 승리
1월10일 전 민주당 대선후보 존 케리, 오바마 지지 선언
1월28일 에드워드 케네디, 오바마 지지 선언
2월5일 슈퍼화요일 22주 동시 경선, 클린턴 오바마 백중세
2월9∼19일 오바마 11연승
3월4일 미니 슈퍼화요일 클린턴 승리.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확정
3월14일 오바마 스승 제레미아 라이트목사 `갓댐 아메리카' 설교 동영상 공개
3월21일 클린턴 지지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오바마 지지 선언
5월10일 슈퍼대의원 확보 수에서 오바마측, 클린턴에 역전
5월14일 경선 출마했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오바마 지지 선언
5월31일 민주당 전국위원회, 플로리다ㆍ미시건 대의원표 절반만 인정키로 결정
6월3일 몬태나ㆍ사우스다코타주 마지막 경선, 오바마 승리


다음 목적지는 덴버

미국 민주당의 마지막 경선지였던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에서 워싱턴으로, `승리 선언'이 예정된 미네소타주 세인트폴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발걸음은 경선이 마무리된 뒤에 오히려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오는 8월, 그에게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후보'의 타이틀을 안겨줄 역사적인 무대는 콜로라도주 덴버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오는 8월25일부터 28일까지 덴버에서 전당대회를 연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전당대회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덴버가 미리부터 정치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2006년 전당대회 장소를 결정하면서 덴버와 뉴욕을 놓고 저울질했으나,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전당대회 재정지원을 거부한 탓에 덴버로 결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덴버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것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이 대선후보로 결정됐던 1908년 대회 이래 꼭 100년만이다. 한 세기 전 덴버에서 후보로 선출됐던 브라이언은 공화당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에게 본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해 덴버에서 후보 자리를 거머쥘 오바마가 본선에서 승리해 아픈 과거를 지워줄지 주목된다.
이번 전당대회의 의장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맡게 되며, 총 4235명의 대의원이 참가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대회장인 덴버 펩시센터는 한창 새단장 중에 있는데, 전당대회 시설준비에만 1500만달러(15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한 주 늦은 9월1일부터 4일까지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전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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