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he gave a foreign policy speech in Denver, Colorado May 27, 2008. (Rick Wilking/Reuters)
"핵무기 줄이자"
매케인은 27일 콜로리다주 덴버의 덴버대학을 방문, 학생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에 핵무기 감축을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 매케인은 "러시아와 미국은 더이상 치명적인 적이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군축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내년에 기한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이후의 새로운 군축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매케인의 이같은 발언은 현 백악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러시아는 START 이후의 군축 체제를 조약 등의 형식으로 `법제화'할 것을 주장해왔으나,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이를 기피해왔다.
매케인은 북한, 이란 등 적대적 국가 지도자들과도 만나겠다고 한 민주당의 유력 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발언을 비판하면서 "마치 그동안에는 전혀 대화가 없었다는 듯이,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핵 프로그램을 없앨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봉쇄하려면 "세계에서 핵무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무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측에 유럽 내 전술핵 감축과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조기 경보시스템 정보공유를 제안했다.
미국은 부시행정부 초반인 2002년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었고, 2006년부터는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동유럽 MD 계획은 러시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을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중거리핵무기감축협정(INF) 탈퇴라는 카드로 맞선 바 있다. 매케인은 러시아와의 갈등을 초래한 백악관의 MD 확대정책과 선을 그으면서, 파트너십 복원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매케인은 중국을 향해서도 무기 제조용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기 위한 임시 협상을 벌이자며 대화를 제안했다.
부시 대신 레이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매케인의 연설문은 안보정책 보좌관인 랜디 쇼인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존 레먼 전 해군참모총장,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처드 버트 전 군축협상 대표, 존 볼튼 전 유엔대사, 로버트 케이건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 리치 윌리엄슨 전 유엔부대사 등 공화당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다자주의'와 `제도', `조약' 등의 단어들이 여러번 등장해 부시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매케인은 보수파들을 공략하기 위해 부시대통령과 손을 잡았지만 외교정책에서는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나타내고 싶어한 것으로 풀이됐다. 매케인은 또 "25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우리의 꿈은 핵무기가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라 말했다"면서 여러 차례 레이건 전대통령을 언급한 뒤 "나의 꿈도 그와 같다"고 강조했다.
민간기구인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외교전문가 찰스 쿱찬은 "매케인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노선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연설은 이라크전 반대 시위대의 외침 때문에 4번이나 중단됐지만 매케인은 "자꾸 그러면 내 연설만 더 길어진다"면서 꿋꿋이 말을 계속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날 연설에 대해 오바마 측은 "`핵무기 없는 세상'은 이미 지난해 10월에 우리가 말했던 것을 따라한 것일 뿐"이라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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