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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바닥'은 어디

딸기21 2008. 5. 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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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가까이 대폭 내렸다. 경제성장률은 낮춰 잡은 반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상향조정했다. 지난 1월 올 전망치를 내놓은지 석달만이다. 유가 급등과 경제전망치 하향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는 요동을 쳤다. 그런데 아직도 미국 경제는 `바닥'을 치지 않았으며, 올 경제전망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장률 더 떨어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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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는 21일 지난달 말에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수정 전망치들을 발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올 경제성장률은 지난 1월 공표됐던 1.3∼2.0%에서 0.3∼1.2%로 낮춰졌다. FRB는 올 상반기 경제가 움츠러들었다가 하반기부터 잇단 금리인하 효과가 발휘되면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0∼2.8%로 예상됐다. 요약하면 올해 미국 경제는 정체 상태에 머물 것이며, 내년에도 회복은 더딜 것이라는 뜻이다.
실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FRB는 실업률 전망치를 당초의 5.2∼5.5%에서 5.5∼5.7%로 0.2%포인트 가량 올렸다. 지난달 실업률은 5%로, 지난해 평균 4.6%보다 높았다. 내년에도 실업률은 5.2∼5.7% 정도로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플레 우려, 금리 동결 가능성

FRB는 물가상승률도 상향조정했다. 식품ㆍ에너지비용을 뺀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2.2%∼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석달전보다 0.2% 상향조정한 수치다. 앞서 20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전월대비 0.4%나 올랐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들어 넉달 동안에만 3.9%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도 4월 인플레 수치들은 최근의 유가 초급등세가 반영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에, 이번달 이후에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망은 악화됐지만 당분간 금리는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FOMC 투표권을 가진 필라델피아, 댈러스 등의 지방준비은행장들은 지난번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금리인하로도 시장에 준 영향은 충분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FRB가 올들어서만 연방기금금리를 2.25%포인트나 낮춘 탓에 금리는 지금 2.0%로 떨어진 상태다.
FRB가 경기부양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서둘러 금리를 낮춘 뒤로 `달러 약세-인플레'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회사 퍼스트아메리칸펀드의 분석가 키스 헴버는 CNN머니 인터뷰에서 "이제는 FRB가 인플레에 더 많이 신경을 써야할 때"라면서 당분간 금리인하 카드를 쉽게 내놓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바닥' 멀었다

국제유가 최고치 경신 소식과 FRB 경제전망 하향조정 사실이 전해지면서 월스트리트는 요동을 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종가가 227.49포인트(1.77%) 떨어졌고, 나스닥종합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아직도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21일 영국 방문 중 "미국 주택가격 하락세는 아직 중간에도 못 왔다"고 주장했다. 세계최고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전날 "미국 경제 위기는 4분의 1도 지나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유가 급등'에 항공수하물 운임올리고 청문회까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제유가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고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 조만간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이 화물에도 운임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수입 기름에 의존해온 미국 경제는 고유가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의회는 경제 위기에도 아랑곳없이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거대 에너지회사들을 상대로 다시 청문회를 열기 시작했다.
21일 서부텍사스유(WTI)는 장외거래에서 배럴당 134달러를 돌파하는 등 최고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유가가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ㆍ인도의 엄청난 석유수요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의 경제 침체로 인한 감소분을 메우고도 남는데다가,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정정불안이 해소되지도 않고 있기 때문.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21일에도 "오는 9월 연례총회 이전까지 산유량을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증산 기대감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대지진 이후 중국 산업생산이 위축되면 석유수요가 줄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오히려 경유 소비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가 `연내 배럴당 200달러 돌파가능성'을 예측했을 때만 해도 전문가들의 예측은 크게 엇갈렸지만 지금은 설득력을 갖게 됐으며, 150달러 선은 이른 시일 내 돌파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크레디스위스는 배럴당 91달러로 내다봤던 올 국제유가 평균전망치를 배럴당 120달러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원유가 급등은 연쇄 물가상승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21일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모든 수하물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유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선 노선을 줄이고 감원조치를 취하는 한편, 다음달 15일부터 모든 수하물에 15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매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부분 항공사들은 승객 당 2개까지는 수하물 수수료를 면제해줬었다. 아메리칸항공의 수하물 수수료 인상조치는 다른 항공사들에도 곧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휘발유 소비자가는 갤런 당 3.807달러로 21일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여름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에는 갤런당 4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비자들의 거센 불만을 불러오고 있다.
하원 사법위원회는 21일 엑손모빌, 셰브론텍사코, BP아메리카, 코노코필립스, 셸아메리카 등 5대 석유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고 "고유가 이익을 챙기면서 사회에 환원해주지 않는다"며 추궁했다. 의회는 지난 2006년부터 잇달아 석유회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초에도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하자 한차례 청문회를 했었다.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에너지회사들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