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문제와 세계화에 대한 저작들로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신문에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리드먼은 18일 뉴욕타임스에 낸 `오바마와 유대인들'이라는 컬럼에서 오바마에 대한 유대계 미국인들의 의심섞인 시선을 언급하면서 "오바마가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점령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더라' 혹은 `오바마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당장 세워야 한다고 했다더라'라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퍼뜨린 소리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가 `반유대ㆍ반이스라엘' 성향이라고 공격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만들어낸 주장들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로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는 테러범들과도 만나 대화하겠다고 했다"며 오바마의 대테러정책ㆍ중동정책을 맹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오바마를 둘러싼 루머들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재 중동문제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중동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해왔다"고 못박은 뒤, "부시대통령처럼 친이스라엘 정책을 내걸고 오히려 중동 안보를 후퇴시키는 인물이 아니라 현명하고도 강건하게 역사적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세계는 평평하다' 등의 저서로 유명한 프리드먼은 중동문제에 대한 글들로 2차례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영향력있는 유대계 언론인이다.
`버락 오바마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점령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더라'
`버락 오바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한 독립국가 건설 방안을 중동평화협정문에 담아야한다고 주장했다더라'
요즘 미국 내 유대인 사회에서 돌고 있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버락 오바마가 저런 얘기를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그럼 어디서 나왔냐고? 모두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의 진실한 벗'을 자처해왔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가 이러저러한 얘기를 했다'면서 내놓은 말들이다.
이런 얘기들과 관련해서 몇가지 짚고넘어갈 사실들이 있다. 첫째, 지금 중동 문제에 있어서는 민주-공화 양당이 초당적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점. 미국은 이미 민주-공화당 행정부를 거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공존' 방안을 내놨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이스라엘에 유리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과연 `친 이스라엘 미국 대통령'이란 대체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대계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미국을 강력하게 만들어줄 사람을 원할 뿐이지, 이스라엘을 얼마나 지지하느냐를 기준으로 대선에서 투표할 생각은 없다. 나 자신 미국인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경제적ㆍ군사적으로 미국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안보에도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고립되고 흔들리는 것보다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없다.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지해왔다.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나누는 동반자라고 여겨왔다. 이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중동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을 존경하지도, 그렇다고 무서워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최근 7년 동안 중동에서는 석유왕국 독재자들과 테러집단에 대한 지지만 높아졌다. 이스라엘이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이란의 급부상도 결국은 미국의 실패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오바마가 부시대통령보다 더 잘 하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 대통령이 아랍-이스라엘 외교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두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 첫째는 관련 당사국들의 자세다. 안와르 사다트의 전격적인 대이스라엘 수교결정과 이에 대한 메나헴 베긴의 화답이 있었기 때문에 지미 카터는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1973년 중동전쟁 뒤 이스라엘과 이집트와 시리아가 고통스런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에 헨리 키신저는 그들로부터 철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소련이 무너지고 미국이 이라크를 걸프전에서 이겼기 대문에 제임스 베이커는 마드리드 평화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여기에서 두번째 성공요인을 이끌어내자면, 역사가 기회를 부여해줬을 때 이들 세 정치인들은 때로는 터프하고 교활하게, 그러면서도 이-팔 양측을 공정하게 대하면서 기회를 부여잡았다는 점이다.
나는 이스라엘을 편애하다가 아랍 민심을 잃는 대통령은 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짓는 등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되는 마구잡이 행동을 할 때에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이스라엘 문제를 중시하는 유권자들이라면, 오바마를 의심하기 이전에 과연 그 의심이 정당한지부터 검토해봐야 한다. 여러분 귓가에서 속삭이는 질문들에 넘어가지 말고, 과연 이 후보가 역사적 기회를 붙잡을만한 지혜와 강건함을 가진 사람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딸기가 보는 세상 > 아메리카vs아메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휘발유값 오르면 미국인들도 변할까 (0) | 2008.05.24 |
---|---|
미국 경제 '바닥'은 어디 (0) | 2008.05.22 |
오바마의 사람들, 매케인의 사람들 (0) | 2008.05.16 |
미키마우스 80살 (0) | 2008.05.09 |
클린턴, 오바마 선거사무실에서 (0) | 2008.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