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당대 최고의 카투니스트 찰스 민츠가 그려낸 `행운의 토끼 오스왈드(Oswald the Lucky Rabbit)'로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츠는 디즈니에게 오스왈드의 저작권을 내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디즈니와 일하던 애니메이터들을 모두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뒤 디즈니를 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신을 당한 디즈니는 자신의 오른팔이던 프로듀서 레스 클라크와 디자이너 어브 아이웍스에게 새로운 캐릭터 공동 개발을 맡겼다. 오스왈드 사건은 디즈니가 저작권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초 아이웍스는 개구리, 개, 고양이, 암소, 말 등 여러 동물 캐릭터를 내놓았으나 모두 디즈니에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귀여운 생쥐' 컨셉트를 내놓은 것은 디즈니 자신. 농장에서 키우던 애완용 생쥐에게서 힌트를 얻은 생쥐 그림을 내놓고 아이웍스에게 제작을 지시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1928년 봄 모습을 드러낸 미키였다는 것이다.
아이웍스는 당대의 스타였던 찰리 채플린에게서도 미키 캐릭터의 힌트를 얻었다고 훗날 설명했다. `작고 가련하지만 위트가 넘치는 친구'라는 성격을 가져왔다는 것. 디즈니는 처음에 이 생쥐의 이름을 `모티머(Mortimer)'라 지었으나 아내 릴리언이 "작고 깜찍한 이미지를 살려주는 이름이 좋다"며 미키로 바꾼것으로 알려져있다. 뒤에 디즈니는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두 귀로 구성된 미키의 얼굴을 설명하면서 `쿼터(25센트 동전) 한 개와 다임(10센트 동전) 두 개로 그리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Plane Crazy(1928)
올가을 대대적 축하이벤트
미키가 등장한 첫번째 작품은 1928년 5월15일 공개된 `미친 비행선(Plane Grazy)'으로, 디즈니와 아이웍스가 공동 감독을 맡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제작에 겨우 6주 밖에 안 걸렸던 소품인데, 미키는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를 동경하는 파일럿 지망생으로 나온다.
여자친구 미니(Minnie)는 미키의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역할로 선을 보였다. 미키는 그 해 디즈니와 아이웍스가 역시 공동제작한 `갤로핀 가우초'라는 작품에 한 차례 더 등장하지만, 본격적인 무대 데뷔는 11월18일 개봉된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에서였다. 월트디즈니사 측은 올해 11월18일 미키 데뷔 8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만화 동작에 음향을 일치시킨 사상 첫 작품인 `증기선 윌리'는 디즈니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줬다. 미키의 인기는 월트디즈니사가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회사로 자리를 굳히는 주춧돌이 됐다. 미키는 애니메이션, 만화책 등의 인기 캐릭터가 됐으며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도 승승장구했다. 1930년대에는 미키를 주인공으로 해서 80여편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Steamboat Willie (1928)
디지털 붐 속에 제2의 전성기
미키는 1953년 이후 출연작이 없다가 1983년 `미키의 크리스마스 캐롤'로 되살아난다. 하지만 1980년대엔 TV 애니메이션들의 캐릭터가 다양해지고 개구리 커밋(Kermit)이나 로저 래빗 같은 라이벌들이 활약한 탓에 크게 빛을 발하진 못했다. 1995년 `러너웨이 브레인' 2004년 `미키, 도널드, 구피의 삼총사' 같은 극장판 작품들도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근래 들어 컴퓨터게임과 교육용 DVD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물 간 듯했던 미키 캐릭터가 다시 인기를 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리버 미키 mp3처럼 미키의 특징적인 외모를 디자인에 이용한 제품들도 많아지고 있다. BBC방송은 최근 월트디즈니사가 러시아어 미키마우스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미국ㆍ영국ㆍ러시아ㆍ일본에서 미키 관련상품들의 대대적인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문화 상징' 공격 받기도
미키는 1978년 50회 생일에 실존인물이 아닌 캐릭터로서는 처음으로 할리웃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미키마우스가 늘 세계에서 사랑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1935년 루마니아 정부는 미키 애니메이션 극장 상영을 금지시켰다. 극장 앞에 세워진 3m 높이의 미키 모형이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초창기 미키는 거친 성격의 캐릭터여서 미국에서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미키는 디즈니로 상징되는 미국 문화의 첨병, 미국 소프트파워 혹은 문화권력의 아이콘으로서 수시로 평가절하되곤 한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의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는 미키마우스를 패러디한 `파푸르(Farfour)'라는 생쥐 캐릭터를 만들었다. 파푸르는 AK47 소총으로 무장하고 이스라엘군과 미군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어서 논란거리가 됐다.
텔레그라프 등 영국 언론들은 다음주 유럽축구연맹(UEFA)컵 결승전에서 스코틀랜드 프로축구팀 레인저스와 맞붙게 된 러시아 제니트 팀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난 8일 스코틀랜드 리그를 가리켜 "미키마우스 대회"라 혹평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기도 했던 아드보카트는 스코틀랜드 리그가 큰 대회를 앞둔 레인저스를 배려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편을 들어주기 위해 이런 표현을 썼지만, 원래 `미키마우스 리그'라는 것은 영국 축구팬들이 미국 축구를 비하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작은 생쥐 미키마우스는 80년 전 탄생한 이래 폭넓은 인기와 인지도를 반영하듯 영어 속어들에 녹아들어 여러가지 표현에 동원되곤 한다. `미키마우스'는 미국 영어에서는 하찮은 것, 아마추어적인 것을 가리킨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같은 단어가 `위조품'의 뜻으로도 쓰인다. 미군들은 `겉보기엔 거창한데 실제론 성과가 없는 작전'을 가리켜 `미키마우스 워크(work)'라 칭한다.
대학에서 `미키마우스 강좌'라고 하면 공부를 안 해도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을 뜻한다. 미국인 여행객들은 경제규모가 작은 외국 화폐를 `미키마우스 머니'라 부른다. 디즈니랜드나 디즈니월드에서는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종이가 가상 화폐(일종의 코인 같은 것)로 사용되는데, 여기에서 나온 말로 '미키마우스 머니'는 영국 등지에선 위조지폐를 뜻하기도 한다.
뉴욕 마피아에 비해 행동거지가 나쁜 로스앤젤레스 마피아 집단은 `미키마피아'로 불리고,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가끔씩 `미키소프트'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1988년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유럽의회를 `미키마우스 의회'라 폄하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들이대는 까다로운 지적재산권 법률은 `시효가 지났어야 할 미키 캐릭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 속에 `미키 보호법'으로 불린다. 대통령이나 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모두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할 때 흔히들 장난삼아 자신의 이름이나 코미디언의 이름 따위를 적어놓곤 한다. 이런 `저항 투표'의 용도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이 바로 `미키마우스'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미국 대선 후보의 최대 경쟁자는 미키"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이 모든 것들이 미키가 남긴 `사회적 효과'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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