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결국 매케인이 이기려나

딸기21 2008. 4. 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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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을 모르는 드라마'로 가면서 유력후보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22일 치러졌던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승리로 끝났지만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주지는 못했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확실한 승리의 계기를 만들어주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 선거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열과 함께 두 후보의 한계를 노출시킴으로써 유력주자 2인 모두 `본선 경쟁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덴티티(정체성) 싸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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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AP통신은 전날의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 결과를 전하면서 "클린턴은 여전히 패배자(underdog)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천금같은 1승 이후 하루만에 10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으는 등 다시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전당대회 대의원 확보 격차를 크게 줄이지 못했고, 막판 오바마의 추격에 밀렸던 상황을 뒤집지도 못했다는 것.
클린턴은 여성, 고졸 이하, 블루 컬러 노동자 층의 지지를 얻었지만 아프리카계 유권자들과 젊은 층 표는 예상대로 오바마에게로 향했다. 두 후보가 가진 성적, 인종적 정체성은 표 분포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는 오바마의 한계 또한 드러내 보였다. 비록 오바마가 `오바마니아(Obamania) 현상'으로 불리는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수적인 중·남부 지역의 백인 노동자층과 중산층 사이에선 `흑인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존재한다. 오바마의 선전문구가 쓰여있는 피켓을 백인 주민들이 뽑아버리거나 심지어 오바마 지지집회 참가자들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는 따위의 일들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본선 경쟁력 빨간 불


이미 경선 초반부 뉴햄프셔 예비선거 때부터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브래들리 효과'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었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유래한 말인 브래들리 효과는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이 흑인 후보를 선호한다 해놓고 정작 투표소에선 백인 후보를 뽑는 것'을 가리킨다. 아무리 이민자들이 많아졌다 해도 여전히 미국 사회 저변에는 `백인 선호·우월주의'가 존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23일 민주당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던 올 대선 판도가 지지부진한 경선 때문에 바뀌었다면서 "끝없는 경선의 최대 승자는 매케인"이라 결론지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에서 클린턴의 `10%포인트 차이 승리'는 민주당 경선이 막판까지 갈수 밖에 없도록 만든 너무나 절묘한 수치였다는 것.

그러나 더 의미심장한 것은 오바마가 후보로 선출될 경우 차라리 매케인을 찍거나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43%의 클린턴 지지자들'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매케인-오바마, 매케인-클린턴 대결을 가정한 최근 여론조사가 모두 매케인 우위로 돌아선 것이 이를 반증한다.


매케인 `빈곤과의 전쟁'


올가을 대선에서 오바마-매케인이 맞붙을 경우 `인종 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매케인은 "내가 흑인 표를 얻어오긴 힘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었다. 최근 들어 매케인의 주요 캠페인 타겟은 `클린턴에게서 넘어올' 백인 노동자·서민층으로 정해진 듯하다. 매케인은 앨라배마주 셀마, 오하이오주 영스타운 등 오바마가 공략하기 힘든 중·남부의 쇠락한 산업도시들을 집중적으로 돌고 있다. 매케인은 23일에는 켄터키주를 방문해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가정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서민들과 노동자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오바마가 클린턴을 물리치지 못하는 이유


막대한 선거자금에 선풍적인 인기, 참신함과 변화의 메시지가 가진 호소력.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막강한 카리스마를 통해 시대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그런데도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완전히 제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경선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AP통신은 23일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끝난 뒤 `오바마가 클린턴을 몰아내지 못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요인은 `인종'이다. 이번 경선에서 언론들이 인종별 표심을 부각시켜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AP에 따르면 백인 유권자들 중 3명 중 2명은 클린턴을 지지했다. AP와 야후 뉴스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백인 유권자들 중 8%가 여전히 `흑인 대통령'이 선출될 가능성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로는 훨씬 높을 수 있다는 것이 통신의 분석이다.

오바마는 `인종을 넘어선 후보'를 자처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백인 유권자들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흑인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불편하게 여기는 흐름이 있을 수 있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 후보경선은 결국 `백인 남성'들이 결정지을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두번째로는 `노동자층 투표'를 꼽을 수 있다. 여기서의 `노동자층'은 경제적으로 중간층에 해당되는, `총과 신(Gun & God)'을 신봉하는 백인들을 지칭한다. 미국의 전형적 백인-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WASP)라 할 수 있는 이들 유권자 층은 오바마의 기독교 신앙이 진실한지에 아직도 의심을 보내고 있고, 총기 소유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자유주의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내심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른바 `레이건 민주당원'으로 불리는 중·남부 보수적인 민주당 지지자들 중 절반 가까이는"오바마를 찍느니 차라리 공화당의 존 매케인을 찍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밖에 ▲`경험 미숙'이라는 한계 ▲정치 감각 없이 말 실수를 하거나 트러블을 일으키는 측근들 ▲클린턴처럼 냉정하고 치밀하지 못한 성격이 오바마로 하여금 경선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A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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