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게 우파 정당이 집권해왔던 남미 파라과이 대선에서 좌파 후보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20일 치러진 대선에서 현재 세계 집권당 중 `최장기 집권' 기록을 갖고 있는 여당 콜로라도당 후보를 누르고 가톨릭 신부 출신인 좌파 페르난도 루고(56·사진)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전통적 `우파 국가'였던 파라과이에서 좌파가 집권에 성공, 힘이 소진되는 듯했던 남미 좌파연대에 `새로운 피'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투표 뒤 발표된 4개 출구조사에서 좌파 정당과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의 루고 후보가 승리를 거둘 것으로 일제히 예측됐다. `라디오 난두티'와 ABC신문 합동 출구조사에서 루고는 4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나, 37%를 기록한 집권 콜로라도당 후보로 나섰던 블랑카 오벨라르 전 교육장관을 제쳤다. 카날9 TV, 일간지 라 나시온 등의 조사에서도 루고는 오벨라르를 41% 대 38%, 36% 대 30% 등으로 앞질렀다.
이번 대선 승리가 점쳐지는 루고 후보는 1977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4년 주교 직에 오른 가톨릭 성직자 출신으로서, 산페드로 지역의 빈민가에서 구호활동에 투신해 `빈자들의 주교'라는 애칭으로 알려져왔다. 2006년 수도 아순시온에서 벌어진 반정부 집회를 주도하면서 정치에 발을 디딘 그는 이번 대선 출마를 위해 사제직을 버리고 환속(還俗)했다.
루고는 빈민들과 원주민들의 권리를 옹호하며 토지개혁을 주장, 좌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스스로는 `중도파'라고 말하며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나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같은 좌파 정치인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당선 되면 루고 후보는 우선 브라질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만나 전력 공급을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극심한 에너지난 해소에 주력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파라과이에서는 1947년 우파 콜로라도당이 집권한 이래 지금껏 1당 지배가 이뤄져왔다. 파라과이 집권층은 콜로라도당 조직에 기반을 두고 철저하게 기득권을 유지했지만 그로 인해 고른 경제개발이 이뤄지지 못한 채 농민들만 수탈하는 구조가 고정화됐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 둘러싸인 내륙 국가인 파라과이는 별다른 지하자원이 없는 탓에 이웃나라들에게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 뒤 재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었으나 최근 남미대륙까지 뻗친 중국산 홍수 속에 가공제조업조차 경쟁력을 잃었다. 또 부패와 범죄로 지하경제 규모만 커진 상태다. 국제기구들은 파라과이의 1인당 실질 소득이 사실상 1980년 이래로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93년 민주선거가 도입된 이래 잠시 혼란을 겪었던 파라과이는 2000년대 들어서 정정 불안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 인구의 32%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극빈층일 정도로 경제가 무너져버린 상태다. 지난해 공식 실업률은 11.4%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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