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산업으로 유명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 인구 33만명의 이 도시에서는 아직도 철강플라자와 전미철강노조연맹(USW) 건물들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전철역에는 철강 노동자들을 그린 그림들이 벽면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산업시설들은 해외로 이전된지 오래이고, 지금은 이른바 `녹슨 지대(Rust Belt)'의 일부가 되어 쇠락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피츠버그는 공장도시의 때를 벗고 카네기멜론 대학과 피츠버그대학, 피츠버그 의과대학(UPMC) 등 유수의 대학들을 기반으로 교육·의료 중심지로의 변신에 한창이었다.
피츠버그 시내 게이트웨이 지하철역. 철강산업의 메카임을 상징하듯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래 뵈도 꽤 비싼, 유명작가의 그림이다.
Romare Bearden 이라는 작가가 만든 것으로 1984년 설치됐는데 지금 1500만달러라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접전을 2주 앞둔 4월 8일 피츠버그 시내에 있는 두 후보의 선거본부를 찾아갔다. 아직도 두텁게 남아있는 노동자층과 주요 노조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클린턴은 반전의 기회를 만들겠다며 사활을 걸고 있었고, 오바마 측은 대학가 등의 젊은층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풀뿌리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피츠버그의 클린턴 선거사무실. 우리처럼 요란스런 현수막을 내걸지 않아
언뜻 보면 여기가 선거사무실인지 알 수도 없다.
선거 사무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극소수(?)의 사람들
클린턴 캠프, "패배는 생각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 스미스필드 거리의 클린턴 선거사무소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거리로 나간 탓에 세 명의 운동원들만이 전화를 받고 있었고, 벽에는 `힐러리와 함께 허스토리(Herstory)를 만들자'`여성들은 힐러리를 사랑한다' 같은 구호들이 벽에 붙여져 있었다. 크리스틴 리 공보국장은 "클린턴이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점을 주로 홍보하고 있다"면서 "노조의 지지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실시된 전국 지지도조사에서 클린턴은 오바마에 8∼11%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아직 클린턴이 우세하지만 지난 7일 라스무센 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로 줄어드는 등 오바마 측의 맹추격이 진행되고 있다. 클린턴 선거사무소에서도 초조감은 여실히 느껴졌다. 리 공보국장은 "지지율 차이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클린턴은 언제라도 역전을 보여줄 수 있는 전사이며 패배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축제 같은 활기' 오바마 캠프
서부 펜실베이니아 캠페인을 총괄하고 있는 피츠버그 오바마 선거사무소는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나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노스 하일랜드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클린턴 측과는 대조적으로 오바마 사무소에서는 수십명의 운동원들이 전화를 걸고 홍보물을 제작하느라 북적였다.
서민 주택가에 위치한 피츠버그의 오바마 선거사무소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오바마 선거사무소 내부 풍경
펜실베이니아 토박이라는 앨리슨 프라이스 대변인을 비롯한 오바마 사무소의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풀뿌리 운동'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틈날 때마다 선거사무소를 찾아 전화 홍보와 유권자 정보 입력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마틴 슈미트 피츠버그대 교수를 비롯해, 오바마 사무소에서 만난 이들은 즐겁고 활기차 보였다.
피부색과 나이는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은 정치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를 만끽하고 있는 듯했다. 주한미군 아들을 두고 있다는 여성 자원봉사자 린 포트노프는 "한국의 캠프 케이시에서 군 복무중인 아들도 부재자투표로 오바마를 찍기로 했다"며 "미래지향적 지도자, 흑백 화합을 가져올 수 있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오바마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자원봉사자들이 제각기 친구들과 가족들을 설득해 그들을 다시 운동원으로 만드는 네트워크 방식을 쓰고 있어 정확한 선거운동원 숫자는 우리도 알 수 없다"면서 "아직 클린턴에 밀리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선거 결과"라며 또하나의 역전승을 자신했다.
달라진 대학 분위기
9일 총선이 치러지는 한국에서는 젊은 층의 정치 무관심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민주당 예비선거 열기로 인해 젊은이들이 어느 때보다 정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피츠버그 최대 신문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 본사에는 8일 클린턴·오바마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 7명 중 클린턴 지지자는 1명 뿐이었고, 오바마 지지자가 6명이었다. 대학생들은 특히 대학 학비 감면 등을 내세운 오바마의 교육정책과 대외정책, 보건의료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학생들은 이번 선거 덕에 대학가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포인트파크 대학에서 온 캐리 포터라는 여학생은 "과거와는 달리 대학 신문들도 첼시 클린턴의 연설, 오바마의 유세 같은 정치 뉴스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전했고, 피츠버그대학의 매트 맥코비는 "우리의 목소리가 정치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들뜨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트 가제트의 레그 헨리 부국장은 "젊은층의 선거열기가 이렇게 높은 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볼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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