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중동의 세시풍속

딸기21 2003. 9. 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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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같이 여자들한테 명절쇠기를 가혹하게 강요하는 나라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건 20년이 지나건 30년이 지나건 "니네 집엔 못 가, 우리집에만 와, 와서 뼈빠지게 일해, 난 먹고 놀테니깐" 남자들이 이따위로 나와도 태평하게 굴러가는 나라가 OECD 국가라는 것은 코미디다. 아마도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이나 저기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빼면, 이노무 나라가 여자들한테는 제일 그지같은 나라이지 않을까 싶다.

이슬람권에는 '라마단' 명절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라마단은 '9월'을 뜻한다. 옛날 우리나라같이 이슬람권은 음력을 쓰는데, 음력 9월이니 양력으로는 10-11월이 된다. 사실 이건 '이슬람'의 풍습은 아니고, 중동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온 풍습이다. 라마단 달이 되면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침조차 삼키지 말고' 즉 식음 전폐하는데 이 때문에 '금식 성월(禁食聖月)'이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한달을 쫄쫄 굶고 살겠는가. 해가 지면 연일 잔치가 벌어지니,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잘 먹는다고.
라마단 끝물에 '이드 알 피트르'라는 축제가 있다. 요르단국립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공일주박사님이 이드 알 피트르 명절 풍속에 대한 글을 보내주셨다. 원래 신문에 실으라고 보내주신 글인데, 신문에도 내고  덩달아 여기도 올립니다. ^^



요르단의 세시풍속

공일주(요르단대학교 교수, 아랍학)


지난 한주간 요르단은 명절을 맞았다. 남자 형제들이 자신과 같은 어머니 태를 통해 태어난 누이들을 명절 중에 찾아보는 것이 요르단의 풍습이다. 요르단 사람들은 기독교이건 무슬림이건 이번 이슬람의 명절 '이드 알 피뜨르(금식종료절)'를 일주일간 공휴일로 쉬면서 먼저 누나와 여동생의 가정들을 찾았다. 그리고 나서 남자 형제들의 가정도 찾는다. 이렇게 같은 태에서 태어난 남매간의 관계를 아랍어로 '씰라트 알라흠(씰라는 '관계'라는 뜻이고 라흠은 '자궁'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은 추석이 되면 부모 형제를 찾아 고향으로 떠난다. 이런 한국 풍습과 비슷한 것이 요르단의 '씰라트 앗라흠'이다. 특히 누나와 여동생을 비롯한 고모, 이모들을 찾아간다. 부족 중심과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아랍 사회에서 이런 풍습은 종교의 절기와도 관련이 되어 있다. 일년에 두 번 즉 '이드 알 피뜨르'와 '이드 알 아드하(희생절-메카 순례 이후)' 때 이렇게 여자 가족들을 찾아간다. 이슬람의 두 명절은 오늘날 힘든 아랍인들의 생활 속에서 평소에 바빠서 만나보기 힘든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되고 있다.    

"명절 때 가족들이 만나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회포를 풀고 다시 한 가족인 것을 느끼며 잃어버린 가족 애를 다시 찾습니다"고 옴무 무함마드는 말한다. "나는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매어 삽니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친정 가족의 한사람임을 늘 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절은 이런 가족들과의 일체감을 회복하는 기회가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랍인은 딸이 집을 떠나 시집을 가도 출가 외인이 아니다. 아직도 친정 가족의 일원으로 그 끈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현대 사회의 분주함은 가족의 결집력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슬람 사회는 명절을 통해 이런 흩어져 가는 가족의 일체감을 다시 회복하게 하여줍니다." 여권 운동가 나왈 파우리가 말한다. "그래서 명절은 아랍 민족의 하나됨을 느끼게 해주고 가족과 사회의 끓어진 다리를 놓아줍니다."
  
이런 풍습은 아랍 무슬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슬람의 명절 기간에 무슬림과 같이 살아가는 아랍 기독교인들도 그들이 누이들과 친척들을 찾아간다. 무슬림이건 기독교인이건 아랍 남자들은 약한 여자들을 찾아가 보는 것이다.
   
이드(명절)가 되면 또 다른 책임이 있다. 직장에 다니는 남자들은 어머니, 누나, 누이 동생, 이모 고모 조카딸 들에게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 돈을 각각 드린다. 이것을 아랍어로 '이디야(명절에 드리는 돈)'라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 요르단은 그런 돈을 기대하지 않는 가정이 많지 않다. 가령, 12명의 누이와 조카딸이 있는 경우 그들에게 줄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에게 드리지 않고 그 집의 아이들에게 주고 나온다. 우리 나라 명절 때 아이들이 세배하면 세배 돈을 주는데 요르단은 아이들에게 누스 디나르(800원) 혹은 5 디나르(만원) 정도 준다. 그러나 원래 여자 가족들에게만 주는 것이었으나 오늘날은 남자에게도 주기도 하고 직장의 높은 분이 직원들에게 선물로 돈을 주기도 한다.
요르단 대학교 사르타위 교수는 '이디야'가 이슬람에서 온 풍습은 아니라고 한다. 여자들이 직업이 없고 특별한 수입이 없었을 때로 이 풍습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들이 시집을 갔는데 자신을 위해 살 것이 있는데 그때 돈이 필요하지만 남편에게 부담을 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매우 개인적인 물품을 사고 싶을 때 더욱 그러하였다. '이디야'는 그런 상황에서 필요하였다. 이처럼 가정 안의 어려운 누이들과 어머니를 찾아보는 요르단의 풍습은 오늘날 한국인들에게도 어려운 이웃을 찾아보는 데 인색해진 사회상을 되새겨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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