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새 정부 출범 뒤 러시아 경제는

딸기21 2008. 4. 3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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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7일 퇴임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선자가 자리를 물려받는다. 고유가 덕에 경제가 호전되면서 푸틴 집권기는 러시아인들에게 `부활의 8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푸틴 대통령은 막강한 인기를 바탕으로 총리 직을 꿰찬 채 정국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사회의 관심사인 러시아 경제의 방향도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은 전임자의 지지·지도에 따라 장기적인 개발전략과 경제 안정화 과제에 매진하겠지만, 지나친 에너지 의존도와 빈부격차 같은 문제들이 잠복해있어 향후의 발전 경로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외교는 역시 `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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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29일과 30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그리스의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 총리를 맞아 러시아에서 동유럽으로 향하는 900㎞ 길이의 가스 파이프라인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건설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집권 기간 매년 평균 145명의 국가 정상들을 만나 회담을 가졌던 푸틴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는 카라만리스 총리와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종결되게 된다.

`마지막 외교'가 가스 파이프라인 계약이라는 점은, 지나온 8년 간 푸틴의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과 1999년 체첸 내전이라는 위기 상황을 지나 2000년 집권했던 푸틴 대통령은 임기 동안 고유가라는 호재를 만났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팔아 러시아 경제를 살렸다.
그가 집권한 기간 동안 `러시아의 부활'은 두드러졌다. 1990년대 후반 정체에 머물렀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엔 8.1%로 뛰어올랐다. 두 자릿수였던 실업률은 6.2%로 떨어졌다. 자원 팔아 번 돈으로 나랏빚을 조기에 갚았고, 한때 GDP 대비 60%대에 이르렀던 국가채무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차기 정부 경제정책 키워드는 `안정화'


푸틴 대통령의 성공 비결은 부패한 올리가르히(과두재벌)들을 단속해 외화 유출을 막고 민영화됐던 주요기업들을 다시 국영화한 것, 그리고 에너지가격 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메드베데프는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고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부분적으로 자유화·개방 정책을 펼치겠지만 전임 정부의 경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드베데프 경제정책의 양대 키워드를 꼽는다면 `장기 발전전략'과 `안정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월 국가두마(하원)에 2020년까지의 경제개발 전략을 담은 장기 발전전략을 제출했는데, 이를 메드베데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전략은 ▲첨단산업을 육성해 산업구조를 다양화하고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 ▲규제를 줄이고 에너지 공급·수송 등 인프라를 확충 ▲금융산업을 강화해 2025년까지 모스크바를 국제금융도시로 만드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메드베데프 정부는 10여년을 끌어온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연내 성사될 수 있도록 애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대외무역에서 옛소련권 국가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유럽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총교역량에서 유럽연합(EU)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006년 50%를 넘어섰다. 메드베데프 정부는 유럽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의존 경제' 우려도


푸틴 대통령의 최대 무기는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이었고, 메드베데프는 가즈프롬 이사장 출신이다. 메드베데프 역시 경제를 꾸려나가려면 에너지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장기적으론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러시아 경제에서는 석유·천연가스 생산이 GDP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며 천연자원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60%를 웃돌 정도로 자원의존도가 높다. 러시아산 우랄유(油)와 천연가스 값이 내려가면 경제 성장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실질GDP 성장률이 2010년 이후 내려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선 에너지 의존형 경제구조가 굳어질 경우 국내 산업생산이 사라져버리는 `네덜란드 병(病)'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내수 시장이 활발해지면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인 것도 문제다. 국내 소비재 산업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와 빈부격차도 우려 요인이다.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3년간 평균 10.5%였는데 올 들어서는 12%를 웃돌고 있다. 중국·인도·브라질 등 다른 신흥성장국(브릭스)들과 비교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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