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차기 대통령으로 사실상 결정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가 정치적 `아버지'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스타일 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8일 메드베데프가 푸틴보다 온화하고 친서방적이며 격식을 덜 차리는 자기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면서 이같은 시도가 향후 러시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는 기사를 실었다.
내 안에 너 있다... 모스크바의 마뜨료시카 /AP
세계 두번째 강대국 러시아의 다음번 대통령직을 예약해놓고서도 푸틴의 후광 때문에 오히려 세계의 주목을 못 받고 있는 메드베데프가 미약하나마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낸 것은 지난 23일. 러시아의 `모국을 수호한 이들의 날'인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는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타만스카야 자동소총사단이 행진을 하는데, 전통적으로 이 행사는 국가지도자의 위용을 뽐내는 자리가 돼왔다.
8년전 화려한 등극을 앞두고 있던 푸틴은 체첸 분리운동세력을 초강경 유혈진압한 `공적'을 내세우며 병사들 앞에서 강력한 지도자상을 과시했었다. 반면 이번 행사에선 메드베데프가 예상 밖으로 군인들 앞에서 격식 없는 대화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병사들에게 "지금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말해보자"면서 `평상시와 같은 대화'를 주문했다.
앞서 지난 15일 연설에서는 "국민들 사이에 정통성을 인정받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좀더 자유를 선사해줄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자유를 좀더 허용할 듯한 모습을 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이날 연설 중간에 영국 헤비메틀 그룹 딥퍼플의 노래를 언급, 냉정하고 군더더기없는 `푸틴풍(Putinesque)'과는 다른 성격을 드러냈다.
또 러시아의 `소비자 계층'을 살려야 한다며 경제적으로도 자유화에 좀더 초점을 맞출 생각임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직 승계를 앞두고 교육 개혁과 주택 건설, 감세 같은 `소프트한 공약'들을 주로 내놓고 있고, 러시아 매스컴들도 메드베데프의 `온화하고 따뜻하고 개방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문제는 과연 그가 전임자와 어느 정도나,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수 있을것인가 하는 점. 냉소적인 이들은 푸틴이 총리로 자리를 옮겨 권력을 틀어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메드베데프는 꼭두각시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푸틴과 달리 메드베데프의 경우 KGB 같은 정보기관 경력도 없고 더 젊은데다 서방과의 대립을 원하지 않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마이클 맥폴 교수는 "메드베데프 집권 뒤 겉으로 내보이는 수사는 달라질지 모르지만 전략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모스크바의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변호사 출신인 메드베데프는 확실히 더 서구친화적"이라며 "크렘린 이너서클에 분열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그는 "러시아 정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어 지도부 균열은 곧바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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