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 outgoing President Vladimir Putin, left, listens to Russian Orthodox Patriarch Alexy II, during an Easter service in the Christ the Savior Cathedral in Moscow, Russia, Sunday, April 27, 2008. /AP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물밑 `종교 전쟁'에 나선 것인가.
러시아 당국이 민족주의 흐름과 연결된 동방정교(러시아 정교)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면서 냉전 이후 꽃을 피우는 듯했던 개신교 교회들이 은밀한 탄압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모스크바에서 480㎞ 떨어진 남부 오스콜에 있는 `제칠일 안식일' 교회는 얼마 전 회당에서 집회를 열려다가 경찰의 금지로 행사를 포기했다. 몇몇 복음주의 교회들은 음악축제를 열려다가 역시 당국의 불허로 무산됐고, 고아들에게 장난감을 나눠주는 행사조차도 포기해야했다. 한 루터퍼 목사는 당국의 협박 속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선교를 포기한 채 이주를 하기도 했다.
이 지역 TV방송들은 유력한 지역 정치인들과 막역한 사이인 정교 사제가 "개신교는 이단"이라 주장하는 연설 장면을 거듭 내보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파호모프라는 감리교 목사는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이 교회 등록 허가를 말소해버리자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러시아에는 냉전이 끝난 뒤 1990년대 서방의 지원 속에 모스크바를 비롯한 각지에 개신교회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개혁개방 분위기를 상징하며 신자들을 모으는 듯했지만 푸틴 체제로 바뀌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헌법 상 모든 종교의 자유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나, 근래에는 정교가 사실상 `국가종교'로 공식화되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정교회 수장인 알렉세이2세 대주교와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고 있고, 23일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 1주기 추모식에도 두 사람이 나란히 참석해 친밀함을 과시했다. 정교는 푸틴 체제의 지원 속에 세력을 확대하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종교'로서 정교가 갖고 있는 민족주의의 호소력을 정치에 이용하는 일종의 공생인 셈.
러시아 전체 인구(1억4000만 명) 중 15∼20%는 정교 신자, 10∼15%는 무슬림이고 2% 정도가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등 비(非) 정교 계열의 기독교도다. 공식 종교인구는 많지 않지만 옛 소련 시절 종교 탄압을 감안할 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정교 신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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