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베트남 '수출용 입양아 밀매'

딸기21 2008. 4. 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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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한 뒤 병원비 1200만동(75만원)을 못 냈다는 이유로 산모에게서 아기를 빼앗아 불법 입양 알선 단체에 넘긴 병원, 시골 마을들을 돌면서 빈농들에게 아기를 사들이는 밀매 조직, 며느리가 맡긴 아기를 돈 받고 팔아버린 시어머니.

고속 성장이 한창이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기 밀매'의 모습들이다.

하노이 주재 미국 대사관은 24일 이례적으로 베트남의 불법 아기 매매 실태를 고발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9쪽 짜리 보고서를 내놨다. AP통신이 단독 입수해 공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최근 미국으로 입양아를 보내기 위한 아기 매매가 성행하면서 아기들이 몇십만원 씩에 거래되고 있고, 이 아기들은 미국인 양부모들에게 거액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사관은 한동안 중지됐던 미국-베트남 입양아 교환 프로그램이 2006년 재개된 뒤로 베트남 입양아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이 때문에 아기 매매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세계에서 입양아를 가장 많이 내보냈던 중국이 근래 해외 입양 규제를 늘린 뒤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배우 앤절리나 졸리 등 유명인사들이 베트남 출신 어린이들을 많이 입양한 것도, 미국에서 `베트남 어린이 선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됐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18개월 간 미국으로 1200명의 어린이가 입양됐으며 2006∼2007년 사이 1년 동안 미국으로 가는 입양아 수는 4배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당국에 등록된 미국 입양 알선단체들만 42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불법 알선단체들을 합치면 숫자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업체들은 선의로 입양을 원하는 미국 측 양부모들에게 아이를 소개해주면서 1만달러(1000만원) 이상을 챙기기도 했다고 대사관은 밝혔다. 조너선 알로이시 하노이 주재 미국대사관 부대사는 "보고서를 통해 아기 매매와 관련된 최악의 케이스들을 접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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