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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도 기름 떨어지나

딸기21 2008. 4.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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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는데, 세계의 파이프라인을 틀어쥔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증산을 하는 대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만 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 간 석유가격이 널뛰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역할을 해왔던 세계 최대 유전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제 `힘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가 조절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의 영향력을 뒷받침해주던 대규모 유전들에서 기름이 말라가는 데에 궁극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기름밭'이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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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전 세계 석유매장량의 4분의1 가까이를 끌어안고 있는 사우디가 최근 산유량을 늘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생산성 높은 대형 유전을 발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우디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동부 쿠라이스 유전 재개발 사업이 예정대로 진척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 유전(1일 산유량 520만 배럴)과 페르시아 만에 면한 베리 유전(40만 배럴), 아부사파 해양유전(30만 배럴)등에서 석유를 뽑아내고 있지만 증산이 벽에 부딪친 상태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는 신규 유전발굴이 힘들어지자 몇 년 전부터 가와르 유전에서 100㎞ 가량 떨어진 쿠라이스 유전 재개발에 나섰다. 이 유전은 1957년 발견됐지만 1981년 채굴이 중단됐다.
아람코는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에서라면 다른 유전보다 경제성이 낮았던 쿠라이스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것도 충분히 채산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작업에 들어갔던 것. 하지만 조사결과 원유층이 예상보다 훨씬 깊이 있어, 200㎞ 떨어진 페르시아만 바닷물을 끌어와 수압으로 기름을 뽑아내야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르면 내년부터 쿠라이스에서 매일 120만 배럴을 생산하겠다던 아람코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증산 차질 불가피


쿠라이스와 함께 아람코의 양대 희망이었던 북부 해안가 마니파 유전의 경우 2011년부터 1일 90만 배럴 이상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여기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올 연말부터 1일 5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페르시아만 연안 쿠르사니야 유전 개발도 늦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대로라면 사우디는 가와르의 대규모 유전과 함께 몇몇 소규모 유전들에서만 간신히 석유를 뽑아내는 상황에 이를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OPEC 유가바스켓의 중심인 사우디의 아랍라이트유(油)는 북해산 브렌트유나 미국 텍사스의 서부텍사스유(WTI)에 비하면 황 등의 함량이 높은 저급유이지만 유전 규모들이 크고 지표면 가까운 곳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낮아 경쟁력은 컸다. 하지만 쿠라이스 사례는 사우디에서 더이상은 대규모 새 유전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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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석유도 `피크' 지났나


사우디는 여전히 쿠라이스에 기대를 걸고 바닷물을 끌어오는 등의 공사에 150억 달러(약 15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지만, 사우디도 이젠 석유 생산의 피크(peak·정점)를 지났다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석유경제의 위기를 예측해온 학자들은 유전에 남아있는 `가채 매장량'이 전체 매장량에서 퍼내쓴 양과 같아지는 시기, 즉 피크가 머지않았다며 1990년대부터 경고해왔다. 사우디의 피크는 2005∼2010년 사이에 올 것으로 점쳐졌었다. 저널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아람코는 1일 산유량 1배럴을 늘리는 데에 4000달러만 추가 투자하면 됐었다. 그러나 유전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금은 1만6000달러 이상을 들여야 증산이 가능해졌다.

사우디의 석유생산 피크가 지나 산유량이 줄어들게 되면 세금 없이 석유수입으로 지탱해온 왕국 재정은 부실해지고,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에서 오는 정정 불안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사우디의 불안은 결국 중동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마지막 남은 대형 유전 보유국들인 이란·이라크에 대한 화석연료 의존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