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타리크 아지즈

딸기21 2008. 4. 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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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외무장관으로서 서방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유명해졌던 `사담의 입' 타리크 아지즈(71) 전 이라크 부총리가 29일 바그다드에서 재판정에 섰다. 죄목은 부총리 시절 자행한 민간인 불법 처형. 2003년 체포된 뒤 한동안 `투항설'이 나돌기도 했던 아지즈의 입에 다시 한번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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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타리크 아지즈 /AP


아지즈는 이날 다른 7명의 피고인들과 함께 기소돼 바그다드 그린존(특별보안구역)에 설치된 특별 법정에 섰다. 혐의는 1992년 바그다드 도매시장에서 물가 통제정책을 따르지 않은 상인 42명을 체포, 재판도 없이 이틀만에 사형에 처한 사건에 관여했다는 것. 함께 기소된 이들 중에는 이미 사형을 당한 사담 후세인의 조카 알리 하산 알 마지드(일명 `케미컬 알리)도 포함돼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의 반인도적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정은 단심제로 운영되며 항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생사를 가르는 `운명의 심판대'나 다름없다. 당초 이날 재판은 오전 중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절차적인 문제'를 이유로 개정을 연기해 오후 5시에야 시작됐다. 알자지라 방송은 치안 문제로 피고인들이 법정에 도착하지 못해 재판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의 주심은 후세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라우프 라시드 압둘 라흐만 판사였다. 

아지즈는 재판정에 초췌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그의 변호인은 "병에 걸린 노인을 재판도 없이 5년이나 감옥에 가둔 것은 수치스런 일"이라며 이라크 정부를 맹비난했고, 아지즈가 앞서 후세인 처형에 필요한 증언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재판은 45분 동안 개정 선언과 모두발언만 이뤄진 뒤 끝났고 5월20일까지 휴정이 선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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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시절의 아지즈


유창한 영어 실력과 화려한 언변, 선글래스와 시거를 애용하는 서구적 취향으로 잘 알려졌던 아지즈는 후세인 정권의 대표적인 외교관이었다. 후세인 측근들 중 유일하게 기독교인이기도 했던 아지즈는 1980년 이란과의 전쟁 당시 미국을 설득해 이라크 지지를 이끌어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걸프전 때에는 반대로 미국을 향해 독설을 퍼부어 `사담의 입'으로 불렸으며, 조지 H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후세인에게 전하라고 건네준 친서를 `모욕적인 편지'라며 거절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1998년엔 후세인 아래 2인자인 부총리 직을 맡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사실상 숙청당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또 2003년4월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순순히' 미군에 붙잡혀 투항설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아지즈가 재판을 받고 처형되면 후세인의 최측근 중에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자트 이브라힘 알 두리 전 혁명위원회 부의장만 남게 되는 셈이다. 알 두리는 최근 체포돼 미군이 억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측근이던 타하 야신 라마단 전 부통령은 특별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지난해 3월 처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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