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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좀 차리려나... 사우디 국왕이 '종교간 대화' 주창

딸기21 2008. 3. 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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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84·사진) 국왕이 사상 처음으로 `종교 간 대화'를 주창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AP통신은 사우디 언론을 인용, 압둘라 국왕이 `3대 아브라함 종교'로 불리는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 간 대화를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호소했다고 25일 보도했습니다.
압둘라 국왕은 전날 밤 리야드에서 열린 한 종교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같은 신을 믿는 일신교들의 대표가 진정한 믿음 안에 한 자리에 모이길 바란다"며 그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의 이름과 경전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구약성서에 기반을 둔 세 종교는 모두 한 뿌리에서 나와 하나의 신을 믿고 있는 `형제들'이라는 것인데요. 압둘라 국왕은 사우디의 최고위 종교지도자들도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바티칸을 방문한 압둘라 국왕과 베네딕토 16세/AP


사우디의 국왕은 이슬람 양대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다스린다는 점에서 `두 성지의 수호자'라는 공식 호칭을 갖고 있으며, 사우디 최고위 성직자들이 내놓는 파트와(이슬람 법령 해석)는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우디는 이슬람왕국으로서 이슬람이 아닌 다른 종교의 상징물을 사용하는 것을 비롯해 타종교 활동을 일체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중동의 이집트와 함께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이지만 이집트가 1981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달리, 아직까지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교도 맺지 않고 있지요.

그런 사우디의 국왕이 `종교간 대화'를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대교와 가톨릭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이스라엘 최고위 랍비 요나 메츠거는 "평화를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든 손을 내밀 것"이라며 환영했고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미국유대인위원회 등도 환영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압둘라 국왕의 발언은 특히 유럽 일부 언론들의 `무하마드 모독 만평' 파문이 재연되면서 종교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압둘라 국왕은 최근들어 `근본주의의 온상'으로 지목 받아온 사우디 이슬람을 현대화시키고 극단주의 테러리즘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앞서 BBC방송은 사우디 정부가 젊은이들을 극단주의로 물들게 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이맘(이슬람 성직자) 4만명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었습니다. 희대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라덴을 비롯해, 알카에다 테러범들 중 상당수가 사우디 출신들로 알려지면서 테러범 문제는 미국과의 마찰 원인이 되기도 했었지요.

압둘라 국왕의 발언은 또한 교황 베네딕토16세가 `가톨릭돥이슬람 국제포럼'을 제안하고 사우디 내 교회 설립 계획을 시사한 직후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압둘라 국왕은 지난해 11월 사우디 국왕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황을 만나 대화하는 등 서방 종교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사우디 관리들은 압둘라 국왕의 이번 발언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으나, 시기적으로나 압둘라 국왕이 차지하는 위상으로 보나 양대 종교간 긴장을 완화하는데에 큰 영향을 발휘하리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최근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온 터키는 꾸란과 함께 무슬림들의 행동규범이 되는 하디스(무하마드 언행록)를 현대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극단주의가 퍼지는 와중에 온건파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이슬람을 현대화, 합리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우디, 이집트 등 주요 이슬람 국가들이 민주화되고 빈부격차가 줄지 않는한 종교를 빌미로 한 극단주의 확산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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