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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으로 혼돈을 겪는 사이, 공화당 대권주자로 일찌감치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국제 무대로 발을 넓혔다. 매케인이 이라크전 5주년을 앞두고 바그다드를 전격 방문, 재건 상황을 둘러보는 등 대통령을 방불케 하는 활발한 외교 행보에 나섰다고 미국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공교롭게 딕 체니 부통령도 비슷한 시점에 중동 순방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바그다드의 매케인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은 매케인이 16일 바그다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앞서 매케인 선거본부는 매케인이 이라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었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와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었다. 매케인은 상원 군사위원회 동료들인 린지 그래험(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프 리버먼(무소속·코네티컷) 상원의원과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 나섰다가 뒤에 탈당한 리버먼은 매케인을 열렬히 후원해왔고, 그래험도 매케인을 지지해왔다.
매케인은 바그다드에서 데이비드 피트레이어스 미군 사령관과 라이언 크로커 대사 등을 만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서지(Surge·파도)' 작전의 성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등과 면담할 계획이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피트레이어스 사령관과 크로커 대사는 다음달 상원에서 서지 작전과 이라크 안정화 현황에 대해 보고할 계획이다.
이라크 이슈 `정면 승부'
매케인은 미군 증파와 서지 작전을 옹호한 탓에 이라크전 이슈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전쟁 5주년을 맞아 바그다드를 방문한 것은 서지 작전의 성과를 부각시킴으로써 이슈를 정면돌파한다는 의미와 함께, 민주당의 클린턴돚오바마에 맞서 정치·외교적 경륜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베트남전 참전군인 출신으로써, `미군과 함께 하는 애국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심으려는 뜻도 들어있다. 매케인의 바그다드 방문은 2003년3월 개전 이래 이번이 무려 8번째. 지난해 11월엔 추수감사절을 바그다드 주둔 미군들과 함께 보내기도 했다.
매케인은 바그다드 방문을 마친 뒤에는 중동 외교의 지렛대인 요르단을 찾아갈 예정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도 들를 계획이다. 미국 정치인들에게 예루살렘은 유대계 표심을 얻는 수단으로 종종 이용되곤 한다. 매케인은 또 귀국 길에 프랑스와 영국에 들러 `차기 대통령감'의 면모를 과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기획자' 체니도 중동으로
매케인과는 물론 목적이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체니 부통령도 중동 방문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라크전의 `기획자'로서 전쟁을 실질적으로 조종했던 체니 부통령은 17일 열흘간의 중동 순방을 시작했다. 체니는 당초 오만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로 갈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개된 일정을 바꿔 이날 '전격적으로' 이라크를 방문, 결과적으론 매케인과 같은 날 바그다드에 있는 셈이 됐다. 체니 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번 주말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찾은 뒤 터키로 이동할 예정이다.
체니 부통령의 순방 목적에 대해 백악관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란 문제와 고유가가 순방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체니 부통령이 사우디와 걸프 산유국들에 석유 증산 압력을 넣는 한편,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내다봤다.
"슈퍼대의원들도 유권자들 뜻을 따르라."
미국 역사상 최고위 여성 정치인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6일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날 ABC방송 `이번주(This Week)' 프로그램에 출연한 펠로시 의장은 당연직으로 전당대회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슈퍼대의원들을 향해 "유권자들의 뜻을 거슬러서는 안된다"며 예비선거(프라이머리)와 코커스(당원대회)의 승자를 지지해 줘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슈퍼대의원들이 당내 경선 결과를 뒤집으려 해서는 안된다"며 "유권자들의 뜻을 거스르면 민주당에 해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지금까지 치러진 예비선거와 코커스에서 오바마는 클린턴 측보다 142명의 대의원을 더 확보해놓고 있는 상태다. 반면 슈퍼대의원 수에서는 클린턴 249명 대 오바마 213명으로 클린턴이 우세하다. 펠로시 의장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원칙' 만을 얘기했지만, 현재의 득표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오바마를 돕는 발언을 해준 셈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펠로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 후보를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클린턴 쪽과는 다소 거리를 둬온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대의원은 주별 경선 득표율에 따라 후보들을 정해 표를 던져야 하는 일반 대의원들과 달리 자기 뜻대로 지지후보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8월 전당대회에서 클린턴-오바마 양측의 희비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슈퍼대의원 확보경쟁에선 정치 `신참'인 오바마보다 당내 지지기반을 많이 닦아둔 클린턴 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까닭에, 오바마 측은 "슈퍼대의원들도 일반 유권자들의 표심에 따라 달라"고 호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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