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라크전 5년, 오른 것은 기름값

딸기21 2008. 3. 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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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03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의혹을 명분 삼아 전쟁을 시작했을 때 국제사회는 이라크의 석유 이권을 노린 전쟁이라고 비난했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현 국무장관),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 등은 세계를 돌면서 "석유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쟁의 명분을 수호하기 위한 설득작전을 펼쳐야 했다. 전후 5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이라크전쟁이 석유경제에 가져다준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이라크를 영향력 하에 넣고 유전개발권을 확보해 얻은 풍요로운 에너지가 아닌 엄청난 고유가의 충격이라는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세계경제 뒤흔든 유가 충격

이라크전 직전까지만 해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 밴드(적정선)는 배럴당 20∼25달러에 묶여 있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신경제 붐으로 상징되는 호황을 구가했고, 세계의 호경기를 떠받쳐준 `너무 낮은 유가'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이 볼멘 소리를 낼 정도였다.
국제유가는 이라크전 충격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2005년을 기점으로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 그해 50달러, 60달러를 차례로 돌파한 석유값은 한차례 고공행진에서 주춤하는가 싶더니 지난해말부터 다시 솟아오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USEI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투기성 석유' 뿐 아니라 OPEC 바스켓을 포함한 전세계 평균 유가도 올들어서 90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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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이라크 유전 재건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이래 금수 대상이었던 이라크 석유를 팔아 전후 재건자금으로 쓰고 유가 충격도 완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무장세력들의 강도높은 저항과 북부 유전지대 쿠르드족의 자치 요구에 부딪쳐야만 했다. 저항세력의 사보타주와 시설 파괴로 이라크 산유량은 아직 1일 250만 배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라크는 세계 2∼3위 원유매장량을 갖고 있고, 과거 금수조치 시절에도 요르단이나 터키 등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하루 수백만 배럴씩의 석유를 내보냈었다. 전쟁 전 이라크 석유의 80%는 직돚간접 경로를 거쳐 미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통계도 있었다. 세계 석유수급이 워낙 빡빡해 하루 100만 배럴 차이도 유가의 널뛰기를 불러오는 마당에, 현재로선 유가 안정을 가져올 거의 유일한 열쇠인 이라크 산유량은 전쟁 전 금수조치 때의 절반 이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산유국들의 탈(脫) 페그 바람과 페트로달러의 불안한 미래

신용시장 불안, 소비 침체 등으로 흔들리는 미국 경제는 역설적이지만 고유가 시대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더 큰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은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안정성을 떠받쳐주던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 가치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기하기 시작했다는 것.
쿠웨이트 시리아 카타르 등이 달러 페그제를 없앤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도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은 아예 석유대금 결제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유국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가뜩이나 약화된 달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며, 지정학적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탈 미국'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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