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1일 테란 아자디(자유) 광장에서 열린
이슬람혁명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이라크 정부의 알리 알 다바그 대변인은 14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다음달 이라크 방문 일정을 정했다"면서 "바그다드를 찾아 탈라바니 대통령, 누리 알 말리키 총리 등 이라크 지도부와 만나 정국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과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만 해도 앙숙지간이었습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주변 수니파 아랍국들과는 거의 교류를 끊은 채 고립 상태를 유지해왔으나, 2003년 후세인 정권 붕괴 뒤 이라크 내 시아파가 힘을 얻자 이라크와 다시 관계를 맺기 시작했지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양국간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이라크 문제에 개입하거나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나 효과가 없자 이란을 대화 상대로 끌어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방문에는 이라크 측과 미국과의 사전 교감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양국은 핵문제 등으로 대치하면서 가시돋힌 설전을 계속하고 있으나, 이라크 문제를 놓고서는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은 이라크 유혈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결국 이번 방문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이라크 내 시아파를 지원한다기보다는, 이란 내에서도 역학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시아 보수세력이나 민병대들 차원에서 이라크 무장세력을 도울 수는 있겠지만 이라크를 집어먹으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1980년대 이라크를 지원하고 이란을 적대시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 아랍국들이 이란과 이라크의 상호 접근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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