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대학생이 파키스탄 야당 지도자가 됐다.
총리 할아버지와 총리 어머니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야당 지도자가 된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19)는 이미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정정에 휘말려 온 운명이었다.
빌리왈이 태어난 것은 1988년9월21일. 당시 파키스탄은 혼돈 그 자체였다.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를 처형하고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독재자 지아 울 하크 장군이 그해 8월17일 숨지자 이슬라마바드에 `민주화의 여름'이 시작됐던 것.
영국에서 귀국해 정치를 시작한 줄피카르의 딸 베나지르 부토는 당시 만삭의 몸으로 군중집회를 이끌며 파키스탄인들에게 민주주의의 복귀를 알렸다. 독재자 지아 장군은 숨지기 전 부토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총선 날짜를 부토 출산 예정일 직전으로 잡았다. 부토 가문 후계자의 탄생이 국민들에게 더 큰 붐을 일으켜 총선에 영향을 줄까 저어했던 것. 그러나 부토의 첫 아들은 예정일보다 앞당겨 나왔고, 전국민적인 환호를 받았다. 아기의 이름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것'이라는 뜻의 빌라왈로 정해졌다. 유권자들은 `독재자를 바보로 만든 아기'라 부르기도 했다.
부토와 어린 빌라왈을 표지모델로 한 19년전 파리마치.
빌라왈은 태어난지 한달 뒤 어머니가 총리가 되면서 총리 관저에서 자라났다. 그의 성장과정은 순탄치는 못했다. 10살 되던 해 아버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51)는 부패 혐의로 감옥에 들어갔고, 빌라왈은 두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따라 망명길에 올라야했다. 파키스탄 유력지 돈(Dawn) 등에 따르면 빌라왈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영국 런던 등지에서 귀족학교를 다니면서 몇년에 한번씩 파키스탄에 돌아와 옥중의 아버지를 면회하곤 했다.
어머니 장례식 참석차 파키스탄에 급거 귀국한 빌라왈(오른쪽)과 그 아버지 자르다리(왼쪽). /AP
현재 어머니의 모교인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빌라왈은 태권도 유단자에 승마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급거 귀국했지만 곧 다시 옥스포드로 돌아가 학업을 마친 뒤 본격 정치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빌라왈의 정치력은 미지수이지만, `돈'은 그가 어릴적 간간이 귀국할 때마다 언론들과 가졌던 인터뷰 등으로 미뤄볼 때 정치감각을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것을 '가문의 영광'이라 해야 하려나, '업보'라고 해야 하려나. 이 젊은이가 무사히, 힘겨운 인생 중에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딸기가 보는 세상 > 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는 11월 '가톨릭-이슬람 포럼' (0) | 2008.03.06 |
---|---|
이란 대통령, '역사적' 이라크 방문 (0) | 2008.02.15 |
베나지르 부토, 여걸의 죽음 (0) | 2007.12.28 |
미군, '이라크냐 아프간이냐' (0) | 2007.12.06 |
OPEC, 또 소비국들 배신 때리나 (0) | 2007.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