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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서 킹과 미국 대선

딸기21 2008. 1. 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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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 40주기를 앞둔 미국에서 `킹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학계와 언론은 지난 40년간 흑인 인권 분야에서 일어난 성과들을 되짚어보며 킹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있다. 특히 킹을 논쟁의 중심으로 밀어넣은 주역들은 학자들이나 인권단체가 아닌 정치인들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두 상원의원이 서로 흑인 표를 얻기 위해 킹을 끌어들이고 나선 것.


애틀랜타의 추모 인파

미국은 1986년부터 킹의 생일(1월15)을 기념하기 위해 1월 세째주 월요일을 `마틴 루서 킹의 날'로 정하고 국가공휴일로 삼고 있다. 올해 `킹의 날'인 21일, 킹이 몸담았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벤에셀 침례교회에는 20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벤에셀 교회는 킹의 아버지가 목사로 있었던 곳이며, 킹도 1960년부터 1968년 4월4일 암살되기 전까지 이 곳에서 목회자로 일했었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클린턴의 남편으로서 열혈 외조를 하고 있는 빌 클린턴 전대통령과 공화당의 기독교 보수파 경선 주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셜리 프랭클린 애틀랜타 시장 등이 자리를 같이 했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킹은 우리 모두를 해방시켜 투쟁에 나서게 했고 우리 모두를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고 추모한뒤 "여성(클린턴)과 흑인(오바마), 모르몬교도(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함께 참여한 이번 대선 후보경선이야말로 킹이 우리 공동체에 던져준 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세 주자 버락 오바마(왼쪽)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가운데)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오른쪽) 전 상원의원이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사당이 있는 콜럼비아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 추모 행진에 참가하기 전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정치마당 된 추모행사

오바마 지지자로 알려진 프랭클린 시장은 이 말에 "그렇다, 이것은 현실이며, 팬터지나 동화(a fairy tale)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앞서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앞두고 클린턴 측이 `변화와 희망'을 내세운 오바마의 메시지를 `동화 같은 소리'라 비난했던데 대해 앙갚음한 것.
이날 추모식에서 벌어진 빌 클린턴 전대통령과 프랭클린 시장의 `대리전'에서 드러났듯, 킹의 명성을 끌어들이려는 민주당 후보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오는 26일 예비선거를 앞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는 약 425만명의 인구 중 30%가 아프리카계여서 `흑인 표심'이 어느 곳보다도 중요하다.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 의사당이 있는 콜럼비아에서는 미국 최대 흑인단체인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주최로 킹 추모 행진이 열렸다. 행진에는 클린턴, 오바마,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 민주당 세 경선주자가 나란히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킹의 전설'은 오히려 퇴색

킹의 이름을 대선전에 먼저 끌어들인 것은 오바마 측.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에서 "마틴 루터 킹은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클린턴은 "킹의 투쟁을 받아들여 민권법을 통과시킨 것은 린든 존슨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가 흑인을 비하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양측은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인종 논쟁'은 그만두겠다고 약속했지만, 양측 지지자가 인종적으로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물밑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싸움 와중에 킹의 메시지는 오히려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시카고 흑인공동체 운동을 통해 성장한 오바마의 정치적 성공 속에서도 정작 시카고 흑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킹은 흑백 사진 속의 인물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학자 헨리 루이스 테일러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모두가 킹의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읊조리지만 그것이 어떤 꿈이었는지는 잊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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