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총선 앞둔 태국

딸기21 2007. 12. 2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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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총선이 23일 실시된다. 지난해 무혈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래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이번 선거는 태국이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이냐, 아니면 더 큰 혼란으로 가느냐를 결정짓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A supporter of People's Power Party holds a copy of a weekly magazine
showing image of Thaksin in Bangkok, Thailand, Friday, Dec. 21



주인공 없는 선거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선거를 사흘 앞둔 20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신생 정당인 ‘인민의 힘(PPP)’이 프라차티팟(민주당)과 찻타이(타이국민당·TNP) 등을 누르며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총선 뒤 정당간 분주한 이합집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5년 2월 총선에서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이끌던 타이락타이당(黨)이 무려 376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태국에서 몇손가락안에 꼽히는 통신재벌 출신 정치인으로 2001년부터 집권했던 탁신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서민 중시 정책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과 부패 시비 속에 반대파들의 거센 공격에 시달렸고, 퇴진 요구 시위를 묵살했다가 지난해 9월 군부 쿠데타로 결국 정권을 빼앗겼다.



키워드는 여전히 ‘탁신’

탁신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을 오가며 망명생활을 하고 있고, 타이락타이도 지난 5월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따라 해산됐다. 헌법재판소는 탁신을 비롯한 타이락타이의 주요 인사 110명에게 5년간 정치활동 금지령을 내려 손발을 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눈은 온통 탁신에 쏠려 있다. 해산된 타이락타이의 후신 격으로 최근 결성된 PPP의 리더 사막 순다라펫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탁신을 귀국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탁신의 복지확대 정책으로 혜택을 입은 농민들과 빈민들은 여전히 탁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농촌에 관심을 보여준 유일한 총리”라며 탁신을 추종한다.

군복을 벗은 후에도 군부지원 속에 과도정부를 이끌어온 수라윳 쭐라논 현 총리는 쿠데타 뒤 내려졌던 통제조치를 많이 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의 3분의1은 군법의 지배를 받고 있다. 군사 정권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면서도 남부지역 불교도-무슬림 충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치안 확보에 실패, 비판을 받고 있다.


군부 ‘2차 쿠데타’ 우려도

2005년 선거에서 압승한 타이락타이가 1937년 민주선거 도입 이래 최초의 ‘과반 확보 정당’이었을 정도로, 태국 정계는 군소 정당들로 갈려 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정당들의 공약은 모두 엇비슷하다. 빈민층의 표를 얻기 위해 보건·교육인프라 확충 등 복지 공약을 내세우며 ‘탁신 따라하기’에 열 올리고 있는 것. 따라서 선거는 결국 ‘탁신의 복귀를 원하느냐 원치 않느냐’의 선택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군부의 움직임. 군부는 PPP 우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또다시 쿠데타를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PPP가 승리해서 탁신이 귀환할 경우 재(再)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PPP는 군부가 공정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PPP의 항변을 일축하고 있지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달초 “선관위가 군부통치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고해 PPP 주장을 뒷받침했다. BBC방송은 “탁신 지지파가 승리를 거둔다 해도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 정부 구성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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