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계 각국이 모여서 열띤 논의를 벌였던 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막을 내렸다. 교토의정서 이후의 글로벌 환경체제의 큰 틀을 담은 기후변화협약 총회 소식을 정리해본다.
질문 1)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지난 15일 끝났지요.
지난 3일 시작해서 15일 폐막. 원래는 14일 폐막 예정이었는데, 미국을 비롯한 이해 당사국들 간에 의견 대립이 워낙 팽팽해서 시한을 하루 넘긴 15일에야 막을 내렸다.
질문 2) 기후변화협약 총회라는 것은 대체 어떤 회의인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이른바 리우 회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세계적인 차원의 첫 대책회의. 여기서 ‘유엔 기후변화협약’이란 것이 채택됐다. 기후변화협약은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각국이 모여서 성과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
질문 3) 이번 회의의 목표는 교토의정서 이후의 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던데?
기후변화협약은 큰 방향성만 규정.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가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교토의정서. 논란이 많아 1997년 채택은 됐지만 2005년 초에야 비로소 발효... 이 의정서가 2012년까지 계획 담은 것. 이제 5년 밖에 안 남았다. 이번 회의- 교토의정서 이후, 즉 2012년 이후 ‘포스트 교토’ 논의 틀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질문 4) 폐막과 함께 ‘발리 로드맵’이 채택됐다던데 뭔가 좀 획기적인 내용이 나왔나요.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은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하고 개도국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줬다. 그런데,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해놓고서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나몰라라 해온 나라들이 있다. 미국과 호주가 대표적(호주는 얼마전 정권 바뀌면서 취임한 노동당의 케빈 러드 총리가 입장 완전히 바꿔 교토의정서 동참하기로.) 발리 로드맵은 “모든 선진국이 `교토의정서 비준한 의무 감축국가들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기 위해 협상하도록 하고, 개발도상국들은 자발적으로 감축 협상을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질문 5) 그렇다면 핵심은 미국과 개도국들도 온실가스 감축 협상을 하라는 건가요
교토의정서보다 발전된 부분이 바로 그것. 미국과 개발도상국 전체를 200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협상에 나서도록 규정. 일단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로 했다는 것은 성과.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온실가스 감축 해야만 하게 된 것.
질문 6) 또 어떤 합의가 이뤄졌나?
- 각국은 자국 실정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조치를 취하되, 측정ㆍ보고ㆍ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전해줄 수 있게끔 지원한다 - 개도국이 산림황폐화를 막는 조림사업 등을 하면 선진국이 인센티브를 부여 - 기존 산림 벌목 않고 잘 보전하는 나라에겐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보상해줄지도 연구하기로 - 기후변화 대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탄소세 부과 등 혁신적, 창의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 그동안 탄소배출권 거래시 2%씩 떼어내 조성한 기금을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사업에 쓰기로 하고 지구환경기금(GEF)을 관리주체로 결정
질문 7) 그렇다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얼마를 줄일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번 로드맵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들로부터는 ‘불충분하다’ 비판 쏟아지는 것도 그 때문. 유럽연합(EU)과 개도국 제안: 의무감축국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를 줄인다', `배출량이 2050년까지는 2000년의 절반 이하로 줄도록 한다'는 문구를 넣자는 주장이 많았는데... 미국과 일본, 러시아가 빼자고 주장해서 결국 로드맵에 들어가지 못했다.
질문 8) 로드맵이 나오네 못 나오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나.
미국 때문에 로드맵이 못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미국 언론들조차도 백악관의 반환경 주장을 맹비난했을 정도. 또 중국과 인도는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할 때 각국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다'(즉 자기네는 봐달라)는 문구를 로드맵에 포함하자고 주장해 총회가 지연됐다.
질문 9)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발리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해프닝도 있었다던데.
논란이 하도 많아서 `로드맵 무산설'이 돌 정도로 회의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11일 총회장을 찾았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동티모르를 순방했다가 스케줄을 바꿔 15일 다시 발리로 돌아와. 반 총장은 "어느 한 나라도 모두 얻을 수 없고, 완전히 만족할 수 없다. 상호존중과 이해를 통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독려했고, 이보 데보에르 유엔기후변화 사무국장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여 이번 총회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줘.
질문 10) 앞으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나.
각국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방법은 내년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2년간의 협상기간을 거쳐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15차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향후 논의는 ▲교토의정서 상 의무감축국(즉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선진국들)은 2012년 이후 추가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기존 국가들 말고, 발리 로드맵에 따라 새로 감축 계획을 짜야 하는 선진국들과 개도국의 감축문제로 이원화될 것.
질문 11) 한국은 어떻게 되나.
그동안 유예를 받아왔지만, 비난도 많았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인데 급할 때만 ‘개도국인 양’ 한다는 것. 발리 로드맵이 채택됐기 때문에,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중 어디에 속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해야. 개도국 분류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개도국 중에서도 한국,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 많은 국가와 나머지 국가들은 감축 목표에서 큰 차이가 나겠죠.
질문 12)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하면, ‘경제에 방해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한국은 에너지 과소비국. 앞으로의 경제는 ‘탄소경제’. 탄소 많이 쓰는 경제가 아니라, 탄소를 키워드로 삼아 어떻게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경제시스템을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 최재철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은 폐막 후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면서 각종 경제수단이 개입될 수 있다"며 "발리 로드맵 채택은 화석연료 중심에서 저탄소 중심의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 평가. 앞으로 탄소시장 도입, 국내 배출권거래 확대, 세제도입 등 노력을 기울여야. 포스트 교토 체제를 발전의 기회로 받아들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