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여왕님 말씀하시는데 문자질.. ㅋ

딸기21 2007. 11. 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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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를 형식적이나마 국가의 수장으로 삼아온 호주가 국가수반 자리에서 왕실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웃한 또다른 영연방 국가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는 노골적으로 영국 왕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호주 새총리 `탈(脫) 왕실' 공약

지난 24일 총선에서 승리한 케빈 러드 노동당 당수가 영국 여왕을 국가수반으로 규정한 헌법을 바꾸기 위해 국민투표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30일 보도했습니다.
러드 당수는 선거 캠페인 때부터 "호주의 국가수반은 호주인이 맡아야 한다"며 공화제 개헌을 내세웠는데요. 11년 집권 뒤 물러나는 존 하워드 현 총리가 자타 공인 `왕당파'였던 것과 달리 러드 당수는 허울뿐인 영국 왕실과의 고리를 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답니다.
개헌을 하게 된다면 유럽의 여러 내각책임제 국가들처럼 총리가 행정을 총괄하되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 국가수반으로 삼는 방식이 유력해보인다고 더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러드 총리는 영국과 함께 미국 추종 외교를 펼쳤던 전임자의 정책과 완전히 결별, 이라크에 주둔 중인 550여명의 파병부대도 내년 8월까지 철수시킬 계획이라죠(파병 이야기만 나오면 다소 열받기 땜시 이 문제는 이만 생략)

1901년 6개 영국 식민지의 연합체로 출발, 영연방 내 새 국가로 출범한 호주는 아직까지 의례적으로나마 영국 왕실의 `위임 통치'를 받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민주선거로 선출된 호주 총리가 영국 왕실에 `총독'을 천거하면 왕실이 이를 승인하는 형식이죠.
최근 들어 호주에서는 영국 왕실의 외피를 탈피, 공화제로 가는 것이 대세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6월에는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호주 총독을 꿈꾸고 있다는 보도가 런던 쪽에서 나오면서 호주인들이 반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는데... 윌리엄 왕자에게 정말 그런 맘이 있었는지, 진실은 알 수 없지요.

국민투표가 실시된다해도 공화제 도입이 당장 현실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1999년에도 공화제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했다가 개헌 정족수인 유권자 3분의2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된 전례가 있거든요. 개헌 준비작업과 다음번 총선 시기를 고려하면 2010년은 돼야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을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일간 오스트레일리언이 올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5%가 공화제 개헌을, 36%는 현행 군주제를 유지할 것을 지지했다고 하네요. 군주제를 유지하자는 쪽에서는 "어차피 간접선거로 뽑힌 형식상의 대통령이 국가수반이 된다면 개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필요한 소동이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답니다.

영국 왕실은 "어차피 호주인들의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엘리자베스2세는 지난 2000년 호주 방문 때 "선택은 호주인들의 몫"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이후로는 군주제 문제에 대해 언급을 피해왔습니다.




Britain's Queen Elizabeth II walks among schoolchildren during her visit to Kitante Primary School
in Kampala November 23, 2007, on the last day of her state visit to Uganda. /REUTERS


뉴질랜드 총리 `문자전송' 논란

1999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클라크 총리는 아예 `내놓고' 영국 왕실을 무시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우간다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클라크 총리가 여왕의 개막 연설 도중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뉴질랜드 총리의 이런 행동이 여왕을 `모욕'한 것이라면서 길길이 뛰었다는군요. 게다가 클라크 총리는 여왕과 동행해 우간다를 방문했던 영국 찰스 왕세자와 부인 카밀라 파커 볼스를 위한 만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영연방 회의 참가에 이어 이집트를 방문하고 있던 클라크 총리는 파문이 일자 여왕이 연설할 당시의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듣는 사람 가장 열받게 하는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해명이죠 ㅎㅎ). 또 찰스 왕세자의 만찬에는 분명히 참가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클라크 총리는 지난 2000년 여왕의 뉴질랜드 방문 때 국빈 만찬에 바지 차림으로 나온 것을 비롯, 왕실에 냉담한 모습을 수차례 보여왔기 때문에 변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공화제 운동단체들은 클라크 총리의 이런 태도를 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왕실에 대한 존경심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며 호주 뿐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도 조만간 공화제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될지 모른다고 내다봤습니다.

여왕은 영연방 정상회담 참석차 1954년 이래 53년 만에 동아프리카 우간다를 방문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환영행렬과 달리 아프리카 지식인들과 지도층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프리카 인터넷언론인 올아프리카닷컴은 "여왕은 우간다인들 대다수가 영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논평을 실었습니다.


영연방의 국가 형태

영연방은 대개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53개 국가들로 이뤄진 자발적 연합체입니다.
회원국 중 32개국은 선거로 뽑은 국가수반을 둔 독립된 공화국이며,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은 각각의 군주를 국가수반으로 하는 독립된 군주국으로 돼 있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한 나머지 16개국은 형식상 군주제를 유지, 영국 여왕을 국가수반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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