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호주 정부, 늦게라도 '사과' 할까

딸기21 2007. 11. 2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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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새 총리가 될 케빈 러드 노동당 당수가 과거 호주 백인정권이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가혹 행위와 학대를 공식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26일 러드 당수가 "새 임기가 시작되는대로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공식 사과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러드 당수는 "원주민 공동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한 빨리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선진국들이 전쟁범죄나 원주민 학살, 인종차별 등에 사과하는 과거청산 절차를 밟은 것과 달리 호주는 원주민 문제에서 극도로 냉담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다음주 물러나게 될 존 하워드 현 총리는 끝까지 사과를 거부해 원주민들과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문제는 신임 총리의 사과 `수위'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점. 호주 백인정권들은 `애버리지니(Aborigine)'로 통칭되는 원주민들을 가혹하게 탄압해왔다. 특히 1915∼69년에 `동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됐던 원주민 정책은 악명높다.
당시 정부는 애버리지니 어린이들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백인 가정에 맡기거나 보호시설에서 집단양육하는 정책을 썼다. 이렇게 지역ㆍ부족 공동체에서 격리돼 백인 아닌 백인으로 자라난 애보리진들을 가리켜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라 부른다. 애버리지니들은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왔다. 반면 상당수 백인 유권자들은 "과거 세대의 잘못 때문에 자라나는 세대가 도덕적 짐을 져서는 안된다"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BBC는 러드 당수의 사과 또한`도둑맞은 세대'에 대한 총체적 사과라기보다는 형식적, 절충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호주 인구의 2%를 차지하는 45만명의 애버리지니들은 사실상 격리된 주거지역에서 여전히 빈곤과 질병,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하워드 총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애보리진들이 외국 관광객들 눈에 띄지 않도록 도시에서 강제퇴거시켜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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