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osition leader Benazir Bhutto, center, waves as she and her supporters are blocked by Pakistani police
and a barbed wire blockade outside her home in Islamabad, Pakistan on Friday Nov. 9, 2007.
으으... 지긋지긋한 파키스탄 소식입니다.
(저희 부장님하고 저하고 늘 하는 얘기가, 한심한 나라 꼽자면 파키스탄만한 데가 없다는 겁니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이 비상사태를 선포한데 이어 야당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를 가택연금하는 등 초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9일 파키스탄 정부가 부토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자택에 가두고, 집 주변을 철조망으로 에워싸 지지자들의 접근을 봉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18일 8년만의 영국 체류를 마치고 돌아온 부토는 귀국 직후 대형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정치활동을 자제하고 남부 카라치와 라호르 등 지방도시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지난 3일 무샤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헌정을 중단시키자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7일 이슬라마바드로 상경했는데, 이틀만에 다시 가택연금되는 신세가 됐네요.
부토는 앞서 무샤라프 정부에 비상사태 철회와 총선 실시 등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낸 뒤 9일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겠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집회를 이끌기 위해 차를 타고 집을 나서다 경찰에 저지당했다고 합니다. 부토는 확성기를 붙잡고 경찰들을 향해 "우리는 당신들의 자매"라며 봉쇄를 풀 것을 촉구하다가 집으로 밀려들어갔다는데요. 예정됐던 집회는 부토 연금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의 항의시위로 변했습니다.
부토 자택 앞에는 야당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바리케이드를 부수려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네요. 부토가 이끌고 있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불법 가택연금을 맹비난하며, 당국이 비상사태 선포 뒤 야당 지지자 5000여명을 체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망명중이던 부토와 협상을 벌여 권력분점에 합의했으나, 지난달 대선의 유효성 여부를 둘러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갑자기 비상사태를 선포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택연금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부토만 내리누르면 변변찮은 야당들의 반대를 무력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AP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 부토 가택연금이 10일 중에는 풀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장기간의 연금이라기보다는 대규모 집회가 무산되도록 부토의 손발을 묶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파키스탄 주요도시에서 산발적으로 반(反) 무샤라프 시위가 벌어지고는 있지만, 부토와 야당들이 `피플파워'를 일으킬 만한 파괴력을 갖고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외신들은 변호사들의 시위 이후 거리는 오히려 조용해졌으며, 대도시 중심가들도 인적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당국은 정정 불안을 틈타 아프가니스탄에 면한 북서변경주(州) 일대를 장악한 이슬람세력이 내려올 것을 우려해 북서변경주와 펀자브주를 잇는 고속도로에도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또 주요 도시들 간 연결 도로 곳곳에 콘크리트 장벽을 만들고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BC, CNN방송 등 서방 뉴스채널을 차단한데 이어 현지 민영 TV방송 송출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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