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옛소련권의 독재국가들

딸기21 2007. 11. 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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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이래 줄곧 집권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대선 재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장미혁명'으로 민주화의 길을 걷는 듯했던 그루지야는 반정부 시위와 비상사태 등으로 혼란에 빠졌습니다.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권력을 측근에 물려줄 것이란 추측이 돌고 있고요. 독립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옛소련권 국가들에 민주주의가 정착하기까지는 요원해보입니다.


헌법 무시 "대선 출마"

AP통신은 8일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69) 대통령이 다음달 23일 치러지는 대선에 집권 자유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로 하고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카리모프는 1991년 우즈베크 자치공화국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출발해 이듬해 독립을 거쳐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사들의 후보등록을 거부했고, 친 카리모프 성향의 `들러리 후보' 4명만 입후보하게 했다 합니다.

지난 여름 우즈베크 갔을 때 언론, 호텔, 유통업 등을 장악하고 있는 카리모프 둘째딸 굴노라(35)가 권력을 세습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큰 호텔 쳐다보면 "굴노라 소유다" 하고, 제법 그럴싸한 레스토랑에 가면 "굴노라 것이다"라고 해서, 제가 "대체 대통령 딸이 뭘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물어봤었어요. 우즈베크는 목화 생산량이 많고 면실유(목화씨기름)을 많이 쓰고 또 수출도 많이 하는데, 그것도 굴노라가 장악하고 있다지요.

암튼 굴노라 세습은 아직은 아닌듯, 카리모프가 재집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금하고 있지만 3선에 도전하는 카리모프와 정부ㆍ여당은 헌법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습니다.
카리모프 정부는 2005년 동부 안디잔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이슬람 테러집단'으로 몰아붙여 700명 이상을 학살, 국제사회의 지탄과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우즈베크에 가서 저 대통령과 악수 나누고... 국제적 망신이었죠).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7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우즈베크 교도소에서 수감자 고문과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90쪽 짜리 보고서를 냈습니다. 두달 전 우즈베크와 이웃한 키르기스스탄에서 카리모프 정권을 비판해온 젊은 언론인이 살해됐는데, 인권단체들은 카리모프 측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 8일 군인들이 배치돼 있다


그루지야의 `시들어진 장미'

야당들의 퇴진 요구와 국민적 항의시위에 부딪친 미하일 사카쉬빌리(39) 대통령은 8일 "수도 트빌리시에 선포된 비상사태를 조만간 해제하고 내년 1월5일 대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친미ㆍ친서방 정치인인 사카쉬빌리는 2003년 `장미혁명'을 주도했고 이듬해 1월 대선을 통해 집권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영웅으로 떠올라 집권을 했지만 취임 뒤 자본주의적 급진 개혁과 반대세력 탄압ㆍ독재 강화 조치들을 취해 국민 반발을 샀지요.
 

이달 들어 반대시위가 계속되자 사카쉬빌리는 7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도에 군대를 깔았습니다. 민영 TV방송 송출을 중단하고 시위와 집회를 모두 금지시키는 사실상의 계엄령을 내렸지요.
야당은 일단 조기 대선 약속을 환영했지만, 사카쉬빌리는 비상사태를 언제 철회할지는 못박지 않았습니다. 사카쉬빌리는 자신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러시아의 스파이'로 몰아붙이며 대화를 거부해왔었습니다.

세계적인 `부패지역'

타지키스탄 국민들은 14년째 집권하고 있는 이모말리 라흐몬(55) 대통령을 `아빠(papa)', `왕'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면 라흐몬이 최측근인 처남에게 권력을 물려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는군요.
우즈베크의 카리모프와 마찬가지로 1991년 이래 장기집권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67) 대통령은 최근 의회에서 "일당 체제는 개발의 필수조건이자 다양성의 산실"이라는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지난달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청렴지수 조사에서 우즈베크는 180개국중 175위, 투르크메니스탄은 162위, 카자흐ㆍ키르기스스탄ㆍ타지키스탄은 공동 150위를 기록했습니다. 옛소련에서 떨어져나와 독립을 하긴 했지만 이들 나라들은 시민사회와 중산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정치적 발전이 더딘 편입니다.
카자흐와 우즈베크 등의 에너지 개발 바람은 민주화를 촉발하기보다는 아직은 독재정권의 생명을 늘려주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독재의 대안으로 이슬람주의가 확산되는 조짐도 일고 있고요. 또하나의 '화약고'가 생겨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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