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다 자란 원숭이의 체세포를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체세포 복제로 영장류를 비롯한 대형 포유동물의 줄기세포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랏 미탈리포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14일자 ‘네이처’에 “붉은털원숭이의 난자 1만5000개를 가지고 장기간에 걸친 실험을 진행해 지난 1월 원숭이 체세포 복제로 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주(柱)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쥐의 성체에서 체세포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만들어낸 적은 있지만 그보다 큰 포유류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로 줄기세포를 추출한 것은 세계 최초랍니다. 지난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팀은 영장류... 중에서도 무려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 줄기세포주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논문이 취소됐었지요.
연구팀은 황 전 교수 사건을 의식, 실험 오류와 허위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호주 모나시대 연구팀에 교차 검증을 받는 등 신중을 기했다고 네이처는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공상과학소설 ‘혹성탈출’에 나오는 신의 이름을 따 세모스(Semos)라 명명된 붉은털원숭이 수컷의 피부세포에서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뽑아냈다고 합니다.
핵을 제거한 수정란에 세모스의 DNA를 옮겨심어 유전정보를 복제한 뒤 줄기세포를 배양했는데요, 이 줄기세포는 여러 장기나 신체조직으로 만들어져 세모스에게 이식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이 과정까지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붉은털원숭이는 인간의 Rh 혈액형을 확인하는 데에 최초로 쓰인 Rh 응집원을 갖고 있는 원숭이이지요(이 원숭이의 영어 이름이 Rhesus라서 Rh 혈액형이란 이름이 붙은 겁니다). 기존 핵이식 복제 연구에서는 DNA를 획스트라는 형광 염료로 물들인 뒤 자외선으로 위치를 촬영했지만 미탈리포프 팀은 DNA가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염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우사이트(Oosight)’라는 특수한 기계를 만들어 세모스의 DNA가 이식되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신체의 어떤 부분으로든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당뇨 등 여러 질병의 치료에 획기적인 장을 열 것으로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영장류 체세포 복제는 기술적 진전이 더뎌 회의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가 진전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 자신의 조직세포를 이용해 거부반응이 없는 이식용 장기와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거부반응은 치료용 줄기세포 연구가 풀어야 할 핵심 문제 중 하나이지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의 로버트 란자 교수는 이번 발표에 대해 “줄기세포 연구의 장애물을 뛰어넘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전 교수와 제휴했다 관계를 끊었던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도 “아주 중요한 업적”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성공률이 낮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네이처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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