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이란 군대를 `테러지원조직'으로 규정, 강도높은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란의 현 정치지도부를 테러지원범으로 몰아붙여 현 강경파 정권의 발을 묶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크게 반발하고 러시아도 미국의 조치를 비판하는 등 새 제재안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이란에 제재를 가해 이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면서 또다시 초강수를 둔 것은 `최악의 오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5일 성명을 내고 이란 국방부와 혁명수비대, 그리고 이들과 거래해온 은행들에 대해 `이라크와 중동의 테러단체를 지원하고 미사일을 팔며 핵 활동을 한 혐의'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리비아제재법(일명 `다마토법')으로 이란에 경제제재를 해왔는데, 금수조치의 강도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제재안이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래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테헤란 미대사관 인질사건 이래 이란에 제재를 가해왔지만 빌 클린턴 정권 때에는 마침 이란에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이끄는 개혁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제재가 크게 약화됐었다. 그러나 이란에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파 정권이 들어선 뒤로 미-이란 관계는 갈수록 악화됐고, 결국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됐다.
최근 테헤란에서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보수ㆍ온건 양측 모두의 눈총 속에 고립되고 있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미국의 조치는 아마디네자드 세력을 고립시켜 이란 내 반정부 움직임을 부추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제재안은 이란을 자극해 악순환을 더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논평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최악의 계산착오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테러지원조직으로 지목한 혁명수비대는 정규군과 함께 이란의 군부를 구성하는 조직으로, 이란 최고종교지도자의 통솔 하에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의 정치 엘리트들은 대개 혁명수비대를 거친 인물들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란 지도부가 모두 테러지원범이라 비난한 셈이 된다. 민주선거로 선출된 이란 대통령을 부정하고 나선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이란 보수파 전체를 자극해 핵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란 외무부는 즉각 "미국의 적대 정책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정당성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손에 면도칼을 든 미친 사람처럼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은 최선의 길이 아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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