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중동 '핵 바람'

딸기21 2007. 10. 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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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1980년대 이후 중단했던 핵발전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명분은 에너지원 다양화와 화석에너지 사용 절감 등이지만, 최근 중동 아랍국들 사이에 불고 있는 `핵 바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즉시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서, 이란ㆍ시리아 문제와 맞물려 `이중잣대'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집트 `핵 발전' 선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29일 국영TV를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핵발전소 몇 기를 건설하기로 했다"면서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석유ㆍ가스 보유고를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핵발전소 건설의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으나,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미뤄 향후 10년 내 가동할 수 있도록 건설을 서두르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집트는 1986년 옛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핵 발전 계획을 동결시켰으나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 고갈 우려가 커지자 정책을 바꿨다. 집권 국민민주당(NDP)은 지난해 9월 `미래지향적 에너지 정책'으로 핵 프로그램을 채택했으며, 이후 정부는 발전소 건설부지를 찾으며 프로그램을 구체화해왔다. 이집트는 38억배럴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중동 산유국들에 비하면 많은 양은 아니다. 이집트의 핵 프로그램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차남이자 후계자로 꼽히는 가말 무바라크 NDP 정책위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즉시 환영하고 나섰다. 션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침을 따르면서 핵비확산조약(NPT) 틀을 지켜준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의무사항을 안 지키고 속이는 이란 같은 나라들은 문제가 되겠지만 평화적 핵발전을 추구하는 나라들이라면 문제될 것 없다"고 설명했다.

중동 `핵 바람' 부추기는 서방 `장삿속'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핵발전 선언'을 하면서 "이집트의 국가안보 시스템에서 (핵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해, `전략적 이유'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카이로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센터의 분석가 모하마드 압델 살람은 AP인터뷰에서 "이집트는 이란 핵을 의식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집트 핵발전 계획을 중동 전체의 핵 구도 속에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중동 국가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핵 발전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은 지난해말 핵 에너지개발 공동 추진에 합의했다. 산유국이 아닌 요르단은 올초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북아프리카의 산유국 알제리는 지난 6월에, 아라비아반도의 소국 예멘은 지난달에 각각 미국 건설회사와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는 지난주 프랑스 업체와 계약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은 이란의 핵 개발계획을 탓하며 중동아랍국들에 경쟁하듯 원전을 팔고 있는 셈이다.

`중동비핵화' 물건너가나

특히 미국의 이중잣대가 중동국들의 핵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이라크와 이란은 NPT 틀 안에서 IAEA 핵사찰을 받았거나 받고 있지만 미국에 밉보여 경제제재를 당하고 심지어 침공까지 당했다. 반면 전문가들이 `세계 6위 핵무기 보유국'으로 꼽는 이스라엘은 자국내 내부고발자를 탄압하면서 핵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북한 도움을 받아 핵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지난달 공습을 가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NPT 가입도 안 하고 있고, IAEA 접근도 모두 거부하고 있다.
경쟁적인 핵무기 개발로 NPT를 무력화시킨 주범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한때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가 최근 몇년새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리비아 역시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었음을 인정했지만 미국과 관계가 풀리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미국은 리비아와 인도에 핵발전 기술을 전수해준다는 약속까지 했다.
친미국가인 이집트는 국제기구 감시를 피해 소규모 실험용 원자로를 가동한 전례가 있다. IAEA는 2005년 이집트의 핵 활동에 대한 사찰에 들어갔으며, 이집트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집트가 "IAEA 지침을 따르고 있다"며 핵발전 프로그램을 환영하고 나섰다. 이집트는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 핵 무력화 등을 요구하며 `중동비핵화'를 적극 주장해왔다. 영국 BBC방송은 이집트를 계기로 중동 핵 바람이 급속 파급될 것이며 "중동 내 핵 역학관계를 판가름하게 해주는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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