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가방 두 개만 들고 떠납니다"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

딸기21 2007. 7. 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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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방 두 개 들고 떠납니다."

과학자 출신 대통령으로 인도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었던 A P J 압둘 칼람(76.사진) 대통령이 오는 25일 퇴임한다. 2002년부터 5년 동안 지내온 뉴델리의 라슈트라파티 바완(대통령궁)을 떠나는 칼람 대통령의 짐은 달랑 옷가방 2개와 책 꾸러미.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변함없는 그의 모습은 청빈 그 자체다. 

"며칠 뒤면 나는 들어온지 5년만에 바완을 떠납니다. 여기 올때 나는 옷가방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옷가방 두 개를 들고 다시 이 곳을 떠납니다. 이제 내게 남은 소망은 2020년 개발되고 잘 사는 나라가 돼 있는 인도를 보는 것 뿐입니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의회 선거가 실시된 19일 압둘 칼람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인도 이슬람문화센터에서 강연하면서 사실상의 퇴임사를 발표했다. 강연장엔 사람들이 몰려 소탈한 모습으로 떠나게 될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인도 언론들이 보도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세간살이는 옷가방 2개 뿐이지만 사실 대통령궁엔 책이 산더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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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 타밀 나두 주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칼람 대통령은 로켓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로, 인도의 군사ㆍ과학기술 분야에 크게 공헌해 `미사일 맨(Missile Man)'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인도 최초의 위성발사, 유도미사일 개발, 핵 실험 등을 주도해 1997년 인도 정부의 최고 훈장인 `바라트 라트나'를 받는 등 과학자로서 명성을 날렸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2001년 최대 정당인 국민회의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통령이 됐다. 의회 투표로 선출되는 인도의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군 최고 통수권자로 나라를 대표한다. `라슈트라파티'라 불리는 대통령은 내각책임제 하의 다른 나라 대통령들에 비해 각료 임면 등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칼람 대통령은 인도 최초의 비주류 무슬림 대통령이자 독신 대통령으로서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 인도의 개발과 부(富)를 늘리려면 IT산업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며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흥을 제도화하고 와이프로, 인포시스 같은 거대 IT 기업들의 성장 기반을 만들었다. 또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을 대법원장에 임명해 강고한 카스트의 잔재를 깨려 애썼다.

인도의 현대화와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채식주의자이자 절대적인 금욕주의자로서 전통을 지키고 청렴과 절제로 일관하는 생활을 했다. 19일 연설에서도 그는 공짜 선물이라면 펜 한자루라도 모두 거절한다고 밝힌 뒤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남들에게서 물건을 받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칼람 대통령의 인생과 철학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자서전 `불의 날개'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칼람 대통령은 퇴임 뒤 고향인 타밀 나두의 안나 대학에서 공학을 가르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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