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위기의 무샤라프 vs 돌아온 부토

딸기21 2007. 8. 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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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세력의 발흥과 미국의 압력 사이에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망명 중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의 `권력 분점'에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팎에서 궁지에 몰렸던 무샤라프 대통령이 `적과의 동침'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토, "협상 마무리단계"

영국 런던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부토 전총리는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정치협상이 80∼90% 끝났다면서 권력 분점을 둘러싼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협상의 내용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그동안 겸직해왔던 군 참모총장 자리를 내놓고 ▲부토 전총리의 귀국과 총선 출마 등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참모총장을 맡고 있던 1999년 부토 전총리의 정치적 동맹이었던 나와즈 샤리프 당시 총리를 부패 혐의로 쫓아낸 뒤 무혈 쿠데타로 집권했다. 이후 2002년 국민투표와 2004년 의회 투표 등 집권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임 절차를 거쳤지만 참모총장직을 내놓지 않아 `군복입은 대통령'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토 전총리와 샤리프 전총리는 모두 외국으로 쫓겨나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귀국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이들은 모두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국민적 항의에 부딪쳤고 결국 무혈쿠데타에 쫓겨나는 처지가 됐지만, "미국에 밉보여 억울하게 밀려났다"며 권토중래를 노려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기의 무샤라프

무샤라프 정권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협력하며 `친미 세속정권'으로서 거액의 원조를 포함해 막대한 지원을 받아왔지만, 파키스탄 내 탈레반ㆍ알카에다 배후세력을 척결하지 못하고 이슬람 세력을 통제하지 못해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국내에서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대법원장을 해임하는 무리수를 두고 이슬람 급진세력을 유혈진압해 거센 항의시위에 부딪쳤다. 해임했던 대법원장을 복직시키자 대법원은 곧바로 샤리프 전총리의 귀국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려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재차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
부토 전총리 측은 최대 위기를 맞은 무샤라프 대통령과 협상을 벌여 정계 복귀를 허용한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토 전총리는 "무샤라프 장군이 군복을 벗기로 결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변수, 샤리프

무샤라프 대통령은 권력분점 합의설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측근인 셰이크 라시드 아흐메드 철도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군복 논란은 이제 끝났다"고 밝혀 부토 전총리측 주장을 사실상 인정했다. 아흐메드 장관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곧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참모총장직을 내놓은 뒤 9월15일∼10월15일 사이에 의회에서 치러질 대선에 `민간인 신분'으로 재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토 전총리측과의 합의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미지수인데다, 최근 부토 전총리와 갈라선 샤리프 전총리가 독자노선을 표방한 상황이어서 파키스탄의 정치적 안정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샤리프 전총리가 부토-무샤라프 합의에 대해 "민주주의의 대의를 어기고 군사독재자와 손잡는 짓"이라며 비판했다고 전했다. 샤리프 전총리는 라마단 금식월에 맞춰 정치활동을 재개, 반(反) 무샤라프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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