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100

[공감] 버리는 것들, 버려지는 곳들

요즘 내 관심사는 ‘쓰레기들’이다. 쓰레기라 하니 너무 험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만 ‘남겨지고 버려진 것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험하지 않다. 지금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잊히는지 구글링을 해보고, 이미지들을 보며 그것들이 ‘살아 있던 시절’을 상상한다. 날마다 내가 버리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 색다르면서도 서글프게 다가온다. 어느 틈에 그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주로 서핑하는 것들은 이를테면 버려진 물건들, 자동차들, 배들, 집들, 빌딩들, 테마파크들, 무덤들, 항구들, 유적들, 도시들 같은 것들이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지구의 이곳저곳에 버리고 있는 전자쓰레기의 이미지들이다. 키보드 더미, 컴퓨터 메인보드 더미, CD 더미들이 꼭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독성 ..

북극곰아, 미안해

얼마 전, 쇄빙선을 밀어내는(?) 북극곰의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이 사진이었습니다.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서 유빙을 헤치고 나아가는 관광 쇄빙선에서 포착한 북극곰... 우리가 사는 곳에 오지 마, 얼음 깨지 마, 제발 저리 좀 가 줘... 하는 듯한 곰의 모습이 애절하지요... 아, 마구마구 미안해집니다... 내가 쇄빙선 타고가는 것도 아닌데... 얘네가 살고 있는 스발바르는 어떤 곳이냐면요 (사진 위키피디아) 이런 곳입니다. 척박하네요... 추워 보이네요... 1920년대부터 노르웨이 땅이었는데, 한때는 탄광이 있었고 고래잡이 배들의 기지였으나... 지금은 쇠락한 북극 관광지가 됐다는군요. 북극곰의 '위기'가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랍니까.워낙 상징성이 있고 미모가 빼어나다보니;;..

데이비드 스즈키의 마지막 강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상'

아마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옛이야기를 재발견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언어학자 니콜라스 파라클라스는 우리 사회에 대해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굶주림도, 노숙도, 실업도 없는 사회, 필요할 때면 공동체가 언제든지 그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느긋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결정권자들이 필요가 있을 때만 다스리고, 다스릴 때도 공동체의 의론과 합의와 승인을 얻어서만 다스리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여자들이 생산과 생식의 수단을 조절하고 집안일은 최소한이 되고 육아는 하루 24시간 필요할 때마다 구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라. 범죄가 거의 없거나 아주 없고, 공동체의 갈등은 죄의식이나 형벌 같은 개념과 무관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보상을 해 주는 것에 ..

딸기네 책방 2013.06.27

무덤들에 경의를

오늘 아침에도 칫솔로 이를 닦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회사에 왔습니다. 랩톱 컴퓨터로 기사를 씁니다. 오늘은 야근입니다. 택시를 타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겠지요.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던데, 우리가 쓰는 이런 물건들이 죽으면 무엇이 남을까요. 중국의 충칭은 인구가 2800만명입니다. 이 커다란 도시 외곽에 ‘노란 택시의 무덤’이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이 발전해서 자가용 승용차를 모는 사람들이 늘고 자동차 총 등록대수가 1억대가 넘습니다만, 대중교통이 완전히 확충되지 않은 이 도시 주변 권역에서는 택시가 주요 교통수단이랍니다. 시민들의 발이 돼주던 택시가 수명을 다하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폐차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빈터에 버려집니다. 그렇게 한 대, 두 대 방치된 택시들이..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

석달 전 교토에 여행을 갔다가, 교토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에 들른 적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오래된 큰 건물들이 일본에는 많지만, 특히나 이 히가시혼간지라는 절은 건물의 크기가 워낙 컸다. 정토진종의 절인데 안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이 고즈넉했다. 그곳 갤러리에서 뜻밖의 전시를 만났다. 조용한 갤러리에서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인임이 확실한 어떤 문인의 이름이었고, 그 옆에는 일본어로 '재일(자이니치)코리안' 즉 식민지 시절 일본에 끌려갔거나 건너갔다가 정착하게 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이들은 남북한이 갈라지기 전에 일본에 간 이들이기 때문에 한국인도 북한사람도 아닌 '재일'이라고만 불린다. 일부는 조총련계, 일부는 민단계로 갈려 있지만 자..

딸기네 책방 2012.08.27

체르노빌, '돈 먹는 하마'

며칠 있으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 25주년이 되죠. 그런데 그 뒤처리 때문에 지금도 국제사회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1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미국 등 50여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체르노빌 원조공여국 회의가 열렸습니다. 원조공여국 회의라는 건 쉽게 말하면 '기부 회의'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놓고 그동안 몇차례에 걸쳐 각국이 공여국회의를 한 바 있죠. 아이티 지진 뒤에도 공여국회의가 열렸고요. 어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할때, 유엔이 각국에 기부를 호소하죠. 그러면 돈을 낼 의사가 있는 나라들이 모여서 얼마를 낼지를 논의합니다. 이번 회의는 옛소련 체르노빌, 현재의 우크라이나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원전사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돈을 모으려는 자리였습니다. Chernobyl ..

2010 미국·중남미

미국, 오바마에겐 힘겨운 한 해 미국에서는 정치권 구도가 확 바뀌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년째, 힘겨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중남미에서는 큰 재앙과 작은 재난, 그리고 희망의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여러 개혁입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뒀죠. 미국민의 숙원이었던 건강보험제도 개혁법안이 지난 3월 상하 양원에서 완전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의료서비스에서 사실상 배제됐던 무보험자 3200만명을 포함, 미국민 95%가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191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처음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제안한 이후 100년 만에 내딛게 된 첫 걸음이자, 오바마가 사활을 걸었던 정책이기도 했습니다. 금융개혁법안도 통과됐습니다. 지난 5월 금융기관..

멕시코만 '기름기둥' 여전

미국 멕시코만 BP 유정에서 쏟아져나온 기름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광범위한 지역에 ‘기름 기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부터 사고 해역을 열흘간 정밀조사한 미국·호주 과학자들은 19일자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조사결과를 싣고 “해수면 1㎞ 아래에 폭 2㎞, 길이 35㎞, 200 높이에 걸쳐 기름 기둥들이 형성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름 기둥은 모두 BP가 운영하던 딥워터 호라이즌 해저 시추공에서 나온 탄화수소 덩어리들로 이뤄져 있다. 조사팀을 이끈 크리스토퍼 레디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등의 인터뷰에서 “아직 이 기름 기둥들이 얼마나 유독한지,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면서 “다행히도 기름 기둥들은 놀랄 만큼 안정된 상태여서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말..

'태양광 비행기' 첫 야간비행

햇빛을 에너지삼아 하늘을 나는 태양광비행기 ‘솔라 임펄스’가 7일 오전 ‘24시간 연속 비행’을 시작했다. 햇빛이 없는 야간을 포함한 이번 시험비행에 성공하게 되면 ‘친환경 항공교통’ 개발에 한 획을 긋게 되는 셈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솔라 임펄스는 이날 오전 7시쯤 스위스의 파예른 공군기지를 출발, 사상 첫 24시간 비행길에 올랐다. 당초 지난 1일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었으나 통신장비 이상으로 연기됐었다. 솔라 임펄스는 알프스 산맥의 줄기인 주라 산 상공에 이른 뒤 대기의 요동과 열기를 피하기 위해 지상 3000 이상으로 올라갔다. 조종사 안드레 보르슈베르크는 이날 저녁 고도를 최고 8500까지 올린 뒤, 충전된 태양광에너지를 이용해 야간비행을 계속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이..

기름 먹는 '초대형 방제선' 멕시코만으로

해저 탐사로봇, 심해 잠수정, 거대한 철제 캡(뚜껑), 진흙 실린더…. 멕시코만 해저유정 기름유출 재앙을 막아 보려 온갖 첨단기술과 장비를 동원해온 미국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이번 ‘무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이다. AP통신은 30일 미 당국이 축구장 3.5배 길이에 10층 건물 높이의 초대형 선박을 불러다 기름 걷어들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고래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배는 길이 340m, 높이는 60m에 이른다. 배는 한국에서 제작됐고 선주는 대만의 선사 TMT다. 선적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두고 있다. 원래는 원유와 철광석 등을 대량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멕시코만 사태가 난 뒤 TMT의 노부 쑤 최고경영자가 오일스키머(물 위에 뜬 기름을 분리·흡수하는 설비)로 개조하도록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