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관심사는 ‘쓰레기들’이다. 쓰레기라 하니 너무 험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만 ‘남겨지고 버려진 것들’은 생각보다 그렇게 험하지 않다. 지금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버려지고 잊히는지 구글링을 해보고, 이미지들을 보며 그것들이 ‘살아 있던 시절’을 상상한다. 날마다 내가 버리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 색다르면서도 서글프게 다가온다. 어느 틈에 그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주로 서핑하는 것들은 이를테면 버려진 물건들, 자동차들, 배들, 집들, 빌딩들, 테마파크들, 무덤들, 항구들, 유적들, 도시들 같은 것들이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지구의 이곳저곳에 버리고 있는 전자쓰레기의 이미지들이다. 키보드 더미, 컴퓨터 메인보드 더미, CD 더미들이 꼭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독성 물질이 들어있는 무시무시한 쓰레기들이다.
‘e쓰레기’라 불리는 폐전자제품들은 예전에는 주로 아프리카로 갔지만 지금은 아시아에 거대한 처리장이 생겼다. 중국 광둥성의 구이위(貴嶼)다. 그곳 사진들을 검색해보면 어마어마하다. 전자제품 부품들, 전선들 틈바구니에서 노는 아이들과 그 곁에서 부품을 뜯어내는 엄마들. 쓰레기도 누군가에겐 밥벌이가 된다고 위안하기에는 많이 찔린다.
쓰레기 아니예요, 예뻐서 퍼온 거예요;;
지도와 사진, 책 따위로 상상여행을 하는 사람을 ‘암체어 트래블러(armchair traveller)’라 부른다는데, 얼마 전 내가 그렇게 상상여행을 해본 곳은 세계의 유령도시들이었다. 일본 나가사키 남서쪽에 있는 섬 군칸지마(軍艦島)가 그런 곳이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인데 1890년에 미쓰비시가 섬을 사들여 주변을 매립하고 해저 탄광 채굴기지로 삼았다.
콘크리트 벽으로 싸인 외관이 군함처럼 보인다 해서 군함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석탄이 고갈되자 1974년 섬은 버려졌다. 일제 때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돼 일했던 곳, 지금은 ‘배틀로얄’의 배경으로 더 많이 알려진 곳. 군칸지마 크루즈 관광상품도 있다지만 아무래도 직접 가보고 싶지는 않다.
터키의 카야쾨이도 유령도시로 유명하다. 터키와 그리스는 1923년 전쟁 뒤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그리스에 있는 터키인들과 터키에 있는 그리스인들을 교환하기로 했다. 카야쾨이에 살던 그리스계 주민들은 협정에 따라 그리스로 떠났는데 이후 아무도 이 곳에 살러 오지 않아 폐허가 됐다. 브라질 아마존의 밀림에는 ‘포드란디아’, 현지식으로 읽으면 ‘포지란자’라는 텅빈 공장촌이 90년 넘게 버려져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 회사를 세운 헨리 포드가 아마존의 고무를 채취해 자동차 공장에 공급하려고 만들었는데 지리적 여건과 수송비용 등을 감안할 때 최악의 선택으로 판명났다.
일본 정치사상가 후지따 쇼오조오는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에서 현대인들을 향해 ‘생각할 필요’를 제기한다. 그가 말하는 ‘철학’은 간단하다.
“예를 들면 시계는 어떤가? 아니면 이 책상은? 나왕이로구나. 새것인 걸로 봐서 필리핀이 아니라 아마도 보르네오 것이리라. 필리핀은 이미 오래전에 벌거숭이가 되어버렸으니까. 이와 같이 주의깊게 살펴보노라면 자기의 생활환경이 무엇에 의해 지탱되는지를 알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내 시계는, 책상은 어디에서 왔구나’ 하는 것을 넘어 ‘어디로 가겠구나’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버려진 물건들과 도시들 얘기를 했지만, 한 나라가 버려지기도 한다. 태평양의 투발루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올라가 나라가 가라앉을 처지다. 그래서 사상 유례 없는 ‘자진 쇄국’의 길을 가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퍼렇게 녹조 뜬 4대강을 보면 아, 이거 우리는 강을 내던져 버렸구나 싶다. 영화 <설국열차>가 인기라는데, 그 영화 속에선 아예 지구가 통채로 버려졌다고 한다.
미국 기업이 화성 여행자를 모집했더니 10만명이 몰렸다고 한다. 지구마저 쓰레기가 되면 화성으로 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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